‘동남아 등에서 발생’ 니파 바이러스, 제1급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
뇌염, 혼수상태 이를 정도로 증상 급격히 악화…치사율 최대 75%
“국내 유입 가능성 등에 대비해야 할 시점…경각심 늦추지 말아야”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지에서 주로 발생하며 치사율이 최대 75%에 달하는 치명적 전염병 ‘니파 바이러스 감염증’이 국내에서 제1급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된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약 5년 만의 신규 1급 감염병 지정이다.

1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비법정 감염병으로 분류돼 있던 니파 바이러스 감염증을 1급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하는 안건이 최근 감염병관리위원회 심의·의결을 통과했다. 향후 관계 부처 협의 등 행정 절차를 거쳐 이르면 오는 7월부터 공식 지정될 전망이다.
현행 감염병예방법에 따르면 법정 감염병은 감염력과 치명률, 집단 발생 가능성 등을 고려해 1급부터 4급까지 나뉘며, 이 중 1급 감염병은 생물테러 가능성이나 치명률이 높은 병원체가 포함된다.
현재 1급 감염병에는 에볼라, 탄저, 페스트,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등 17종이 있으며, 니파 바이러스가 포함되면 총 18종으로 확대된다.
니파 바이러스는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감염되는 ‘인수 공통 감염병’으로, 감염 시 고열과 두통 등 초기 증상이 3~14일 지속된 뒤 나른함, 어지러움, 정신 혼란 등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난다.
심할 경우 뇌염이나 발작을 거쳐 24~48시간 내 혼수상태에 이를 수 있다. 평균 잠복기는 5~14일이며, 아직까지 백신은 개발되지 않아 항바이러스제를 이용한 증상 완화 치료에 의존하고 있다.
감염 경로는 주로 박쥐에서 시작된다. 원래 숲에 서식하며 과일을 먹고 살던 박쥐가 인간 활동으로 서식지를 잃고 양돈 농장 인근 과일나무에 몰리면서, 박쥐가 보유하던 니파 바이러스가 돼지를 매개로 사람에게 전파된 것이다.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에 흔한 대추야자 나무에서 박쥐의 침이나 배설물로 오염된 수액을 통해 감염되는 사례가 많다.
니파 바이러스는 1998년 말레이시아의 ‘니파’ 지역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당시 1년 사이 100여 명이 숨졌다.
이후 방글라데시, 인도 등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해 현재까지 220명 이상의 사망자가 보고됐다. 다행히도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감염 사례가 확인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의 의미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는 “니파 바이러스는 인수 공통 감염병으로,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전염될 수 있는 매우 위협적인 바이러스”라며 “특히 뇌염이나 혼수상태에 이를 정도로 증상이 급격히 악화되며, 치사율이 최대 75%에 달한다는 점에서 공중보건 측면에서 매우 심각한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번에 1급 감염병으로 지정된 것은 그만큼 국내 유입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라는 의미”라며, “아직 국내에서는 발병 사례가 없지만, 국제적 이동과 기후변화, 생태계 변화 등을 감안하면 경각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예방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대응책으로 위험 지역에 대한 철저한 검역과 감시, 감염 정보의 신속한 공유를 꼽는다.
특히 동남아시아나 인도 등 니파 바이러스 발생 지역을 여행한 후 고열, 두통, 의식 변화 등 신경학적 증상이 있을 경우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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