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재 품은 스타트업 통째로 산다…빅테크 살벌한 M&A 전쟁 [팩플]

2025-12-31

글로벌 빅테크들이 인공지능(AI) 인재를 끌어오기 위한 ‘애크하이어(acquihire·인재 영입 목적의 인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인재 영입 전쟁이 국적을 가리지 않고 회사 단위로 확장한 모양새다.

31일 이스라엘매체 칼칼리스트, 로이터 등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이스라엘의 AI 자연어 처리 전문 스타트업인 ‘AI21랩스’를 최대 30억 달러(약 4조3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AI21은 2017년 창업해 2023년 14억 달러(약 2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회사다. 엔비디아는 AI21에서 근무하는 약 200명의 인력에 큰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게 왜 중요해

미국 내에서 인재 영입 전쟁을 벌이던 기업들이 이제는 국적을 가리지 않고 회사 단위로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싱가포르 AI 에이전트 스타트업 마누스를 인수한 메타가 대표적이다. 중국에서 설립된 마누스는 지난해 초 시장 조사, 코딩, 데이터 분석과 같은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범용 AI 에이전트를 출시한 뒤 싱가포르로 이전했다. 구체적인 거래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4월 기준 5억 달러(약 7000억원)로 평가됐던 기업가치보다 높은 가격일 것으로 추정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거래가 메타의 왓츠앱, 스케일AI 인수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라고 전했다.

알렉산더 왕 메타 최고AI책임자(CAIO)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서 “마누스는 오늘날의 AI 모델 잠재력을 탐구해 에이전트를 구축하는 데 있어 세계적인 수준”이라며 “우리가 놀라운 AI 제품을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왕 자신도 애크하이어로 메타에 합류했다. 메타는 지난해 6월 왕이 창업한 스케일AI를 150억 달러(약 22조원)에 인수하며 그를 모셔왔다.

앞서 구글의 윈드서프AI,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플렉션AI, 아마존의 어뎁트AI 인수도 모두 애크하이어 방식으로 진행됐다. 속도전이 중요한 AI 개발 경쟁에서 검증된 팀을 통째로 영입하는 것이 그만큼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애크하이어는 규제 회피 수단으로도 쓰인다. 엔비디아는 앞서 지난해 12월 24일 AI 추론용 칩 개발 기업인 그로크와 200억 달러(약 29조원) 규모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창업자인 조너선 로스를 포함한 인재들을 대거 영입했다. 인수가 아닌 라이선스 형태 계약이었는데, 독과점 규제를 회피하려는 의도라고 풀이된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애크하이어는 ‘윈-윈’ 전략이다. AI 모델 개발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이 막대한 만큼 차라리 자본력을 갖춘 빅테크의 품에 들어가는 게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마누스의 싱가포르 이전이 애초에 인수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 당시 블룸버그통신 등은 본사 이전이 제재 회피를 위한 국적세탁이라고 지적했지만, 싱가포르 이전 이후 7500만 달러(약 1086억원)의 미국 투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앞으로는

올해는 피지컬AI와 로보틱스 분야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이럼 흐름이 지속할 전망이다. 각국 정부는 국경을 넘나드는 인재 거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빅테크들의 규제 우회 인수에 제재를 가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 내에서도 AI 기업의 ‘탈중국’ 현상에 우려가 나온다. 중국 IT 싱크탱크 하이툰의 리청둥(李成东) 대표는 “중국이 인재와 기업가 정신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자본주의 기본 원칙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미·중 기술 전쟁에서 승리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FT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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