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마이클 쿨터 체제를 중심으로 해외 현지화에 더 속도를 낸다. 미국 DRS 글로벌 법인 사장 출신 마이클 쿨터 대표이사는 올해 5월 신설된 한화 방산 3사의 통합 해외법인 한화글로벌디펜스 수장을 맡으면서 북미 중심 현지화 전략에 주력하고 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마이클 쿨터 대표이사를 해외사업 총괄로 선임하면서 손재일, 김동관 대표이사와 3인 각자 대표체제로 전환했다. 이달 쿨터 대표가 해외 방산 사업 전면에 공식적으로 나선 지 약 6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마이클 쿨터 대표이사는 미국 방산업체 레오나르도 DRS 글로벌 법인 사장을 지낸 현지 방산 전문가다. 그는 기업에 합류하기 전 미 국무부 정치군사담당 부차관보와 국방부 차관보 대행, 국방부 국제 안보 담당 수석 부차관보 등 미국 정부의 핵심 보직을 수행했다. 대서양조약기구(NATO), 합동참모본부 등 해군에서 근무하며 민과 관, 군에서 경험을 쌓아왔다.
그는 특히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 대응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 한화그룹의 해외사업은 오너 3세인 김동관 대표이사가 관여했다. 지난해 12월 쿨터 당시 대표이사 내정자를 영입하면서 글로벌 네트워크, 특히 핵심 시장인 미국 공략을 강화하려는 모양새다.
그룹 차원에서도 쿨터 대표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 한화그룹은 지난 5월 미국 워싱턴에 북미법인 한화글로벌디펜스를 신규 설립하고, 쿨터 대표를 수장으로 임명했다. 한화글로벌디펜스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한화시스템 방산 3사의 해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쿨터 대표는 우선 글로벌 방산 시장 내 입지를 다지고 있다. 그는 올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연례 안보회의 '샹그릴라 대화'에 한국 기업 최초로 공식 참여해 존재감을 내비췄다. 한화그룹을 통해 한국이 글로벌 안보 담론의 일원으로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한화글로벌디펜스는 '해외 현지화'에 주력한다. 단순 수출 기업이 아닌 해외 생산체계 및 주요 국가와의 전략적 네트워크를 형성해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한다는 목표다. 이 같은 전략으로 지역 맞춤형 대응력을 높여 글로벌 방산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콜터 대표는 한화 뉴스룸을 통해 "많은 기업이 불확실한 지정학적 환경에서 국방 준비 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첨단 역량을 우선시하고 현지 생산 강화,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쿨터 대표는 미국 시장 내 사업기회 모색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한화에어로는 미 육군의 자주포 현대화(SPH-M) 사업 참여를 노리고 있다. 작년 10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 육군협회(AUSA) 방산 전시회에서 K9 자동화 성능 개량 버전 'K9A2'를 처음 선보였고, 미 육군의 포탄과 호환성을 증명, 시연을 통해 수출 준비도 마쳤다.
한화글로벌디펜스 역시 미국 현지화의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에 따라 해외 방산업체와 계약 시 자국 내 법인이나 인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미국 현지 조달 시장에서 전략적 우위를 다질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까지 한화에어로의 해외 전략은 수출 성과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화에어로의 방산 수출액은 1조9050억원(전체의 55%)으로 내수(1조5901억원)를 넘어섰다. 1분기부터 수출이 내수를 역전해 방산 부문의 연간 수출액이 처음 내수를 넘어설 전망이다. 더욱이 이 기간 방산 부문 영업이익은 9159억원으로 전년 대비 172.7% 급증했다.
한화에어로는 글로벌 현지화 전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폴란드 민간 방산기업 WB그룹과 다연장로켓 '천무' 유도탄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JV)을 설립하기로 했다. 폴란드 현지 생산과 유럽 내 수출도 추진한다. 또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 총괄법인(RHQ)을 설립했다. 현지 안보 및 경제 협력 강화에 중추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내수보다 수출액이 앞선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출 확대를 통해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