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밖에서 촬영된 영화에 100%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힌지 하루만에 백악관이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며 한발 물러섰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영화 산업 관계자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할 뜻을 내비쳤다.
미국 백악관은 5일(현지시간) 쿠시 데사이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외국 영화 관세에 대한 최종 결정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어 “정부는 할리우드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미국의 국가 및 경제안보를 보호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옵션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외국 영화 관세에 대한 질문을 받고 “(영화) 산업 관계자들과 만날 것”이라며 “그들이 그것에 만족하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영화 산업에 해를 끼치고 싶지 않다. 오히려 돕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전날 국외 제작 영화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에서 후퇴한 것이지만, 여전히 업계와 시장의 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USA투데이는 관세가 어디에, 어떻게 적용될지에 대한 의문에 혼란을 더했다고 평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새로운 관세가 외국으로부터 세제 혜택을 받는 영화에만 적용될지, 해외 촬영 장면이 있는 모든 영화에 적용될지, 외국 영화에 적용될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미국 영화산업 전문가들은 관세가 가져올 긍정적 효과보다 비용 상승에 따른 제작 편수 감소, 영화 티켓 가격 이상 등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할리우드 업계 경영진이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응한 상대국의 보복 관세로 해외 사업에서 입을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규모 예산이 투여되는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수익 대부분을 해외에서 얻는다. 이는 할리우드 대기업의 주가 하락으로도 나타났다. 이날 디즈니 주가는 장 초반 3%까지 하락했고, 넷플릭스 주가도 약 2% 하락 마감했다.

영화 산업계에서는 관세보다는 세금 인센티브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영화 산업 관련 조언을 건넨 ‘할리우트 특사’ 배우 존 보이트도 세금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을 건의했다고 WSJ는 전했다. 존 보이트는 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이를 의식한 듯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날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와 협력해 75억달러(약 10조4000억원) 규모의 연방 영화 세액 공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제안이 승인된다면 미국 영화 산업에 대한 단일 정부 보조금으로는 역대 최대이며, 연방 차원에서는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뉴섬 주지사는 “미국은 여전히 영화 강국이며, 캘리포니아는 더 많은 영화 제작을 유치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성공적인 주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트럼프 행정부와 협력해 국내 영화 제작을 더욱 강화하고 미국 영화를 다시 만들기(Make America Film Again)를 열망한다”고 밝혔다.
한편 할리우드 영화의 주요 촬영지인 호주와 뉴질랜드 정부는 자국 영화 산업을 보호하겠다고 나섰다. 6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토니 버크 호주 내무부장관은 이날 “호주 영화산업 권리를 위해 단호하게 나설 것이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도 “우리는 확실히 그(영화) 분야와 산업의 엄청난 지지자, 엄청난 옹호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