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외환] 美 국채금리 6주래 최고…트럼프 예산안 갈등에 재정 우려 고조

2025-05-14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미국 국채 금리가 14일(현지시간) 수주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예산안과 감세 법안을 둘러싼 의회 내 갈등이 격화되면서 재정건전성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중 간 관세 유예 합의 이후 경기침체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인식도 금리 상승을 부추겼다.

이날 미 재무부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장중 4.5%선을 돌파해 6주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장 후반에는 전일보다 3.7bp(1bp=0.01%포인트) 오른 4.536%에 거래됐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 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4.2bp 상승한 4.059%를 기록했다. 장중 일시 3월 말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오르기도 했다.

채권시장 불안을 촉발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감세 법안과 예산안이다. 하원 세입위원회는 이날 예산안 초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수 조 달러에 달하는 감세를 포함하고 있어 향후 재정적자 급증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현재 이 법안은 하원 예산위원회로 넘어갔으며, 공화당 지도부는 메모리얼 데이(5월 26일) 이전에 하원 본회의에서 표결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액션이코노믹스의 킴 루퍼트 이사는 "예산안이 부채 통제 측면에서 일정 수준의 신호를 줄 경우, 시장의 우려가 과도했음이 입증돼 금리가 더 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미 연준 인사들은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은 "최근 물가 안정세에도 불구하고 관세가 추가 물가 압력을 유발할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오는 15일 발표되는 미국의 소매판매와 생산자물가지수(PPI)를 통해 관세가 실제 소비와 물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관세 완화 기대에 달러 소폭 반등…원화는 2% 가까이 급등

이날 외환 시장에서는 미 달러화가 반등세를 보였다. 미·중 간 고율관세 일시 유예로 무역긴장 완화 기대가 커지며 달러 지수는 전날 하락을 딛고 0.06% 오른 101.04를 기록했다. 유로화는 0.06% 하락한 1.1177달러에 거래됐다.

특히 한국 원화는 이날 장중 달러 대비 2.1% 급등했다가, 상승폭을 줄여 0.84% 오른 1,402.66원을 기록했다. 지난 5일 최지영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와 로버트 캐프로스 미 재무부 국제 차관보 간 외환시장 협의 소식이 알려진 뒤 원화 강세가 이어졌다.

다맘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측이 이번 관세 협상 과정에서 '달러 약세 유도'를 별도로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전하며 이번 회의가 미국 측이 관세 협상 과정에서 달러 약세를 유도하려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신호는 아니라고 보도했다.

엔화에 대해서는 달러가 0.52% 하락한 146.71엔을 기록했다. 이날 장중 한때 1.2% 급락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금리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LSEG 자료에 따르면 연방기금선물시장에서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74%로, 이달 초의 7월 인하 예상에서 점차 밀리는 모습이다.

골드만삭스, JP모간, 바클레이스 등 주요 투자은행들은 최근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을 낮추며 연준의 정책 전환 시기를 9월 이후로 예상하고 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4월 소비자물가가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관세가 실제 소비자 물가에 반영되기까지는 시차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koinwo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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