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코스피가 사상 첫 4000선을 돌파했다. ‘4000’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지수 이상의 상징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AI 슈퍼사이클, 반도체 회복, 유동성 확장세가 만들어낸 역사적 랠리의 결실이다. 그러나 이 뜨거운 랠리 뒤에서 증권가의 시선은 이미 내년으로 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내년에는 확장과 조정이 공존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지배했던 AI·반도체 중심의 슈퍼사이클이 여전히 유효하지만, 시장은 ‘속도의 피로감’이 쌓이기 시작했다. 유동성은 넉넉하고 금리는 낮아지겠지만, 이익의 기울기와 성장의 온도는 둔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4000선 돌파는 종착점이 아니라 새로운 사이클의 전환점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투자자들은 이제 상승장의 ‘끝’이 아니라 ‘균형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한화투자증권은 내년 세계 경제를 ‘양호할 미국, 무난할 비(非)미국’으로 요약했다. 미국의 내년 성장률은 1.9%, 한국은 1.9%, 중국은 4.3%로 예상했다. 제조업이 저점을 지나 반등하고, 각국 정부의 확장 재정과 완화적 통화정책이 맞물리며 완만한 회복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의 감세, 우리나라와 일본의 재정 지출 확대가 유동성을 지탱하고 있으며, 유럽과 중국도 적극적인 재정 운용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재정주도형 성장’이 글로벌 경제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상상인증권은 이를 ‘생산성과 유동성의 상호 흡수 과정’이라 표현했다. 인공지능(AI)과 기술 혁신이 만들어내는 생산성 향상이 풍부한 유동성과 결합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든다는 설명이다. 다만 생산성 기대와 투자 집행 지연의 간극이 커질 경우 ‘버블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점진적 금리 인하 사이클을 내년에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유안타증권은 이를 ‘준골디락스(Quasi-Goldilocks)’ 구간으로 평가했다. 물가는 완만히 하락하고 실물경제는 침체 없이 성장하는 이상적인 국면이다.
하지만 내년 하반기에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도 나온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내년 3분기 글로벌 유동성이 정점을 찍고 하락 전환할 것”이라며 유가 반등과 주택 가격 상승이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내년 상반기에는 완화적 환경 속에서 위험자산 선호가 이어지겠지만, 하반기에는 물가·금리 재상승 가능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증시는 3940선에 안착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내년을 ‘확장세의 마지막 구간’으로 진단한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OECD 경기선행지수와 국내 성장률(GDP)이 내년 1분기를 정점으로 완만한 둔화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며 쉬어가는 장세를 전망했다. 특히 반도체 마진 축소와 글로벌 교역 둔화가 순이익 모멘텀을 제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코스피 하단은 견고하다. 유동성 환경이 안정적이고, 정책적으로는 MSCI 선진지수 승격 로드맵과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배당세 완화 등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주도 섹터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지만, 하나증권은 “강세장의 핵심은 주도 업종이 변하지 않는 것”이라며 반도체·조선·기계·2차전지·에너지·건강관리·방산·IT 하드웨어를 비중 확대 업종으로 꼽았다.
다만 IBK투자증권은 내년 1분기 이후 반도체 가격 하락 가능성을 경고하며 이익 피크아웃에 대비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방산·조선·바이오·인터넷·게임 등 경기 비민감 업종과 음식료·유틸리티 같은 장기 소외 방어주 등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내년 시장은 급등보다 리밸런싱의 해가 될 전망이다. 코스피 4000선 돌파는 가능하지만, 그 이상을 바라보기엔 실적 확대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 위험자산 확대 이후 하반기에는 점진적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AI, 반도체, 재정 확대라는 세 축은 여전히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속도의 장세’에서 ‘균형의 장세’로의 전환이 시작됐다. 시장은 여전히 오르고 있지만 모두가 오르는 장은 끝나가고, 이제는 “누가 끝까지 남느냐”가 승부를 가를 전망이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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