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타자 ‘고의볼넷’에 홈런으로 응답한 ‘바람의 손자’ 이정후 “나와 대결할 줄 알았다”

2025-05-14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었던 일에 ‘바람의 손자’가 내놓은 답은 시원한 ‘홈런’이었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도 짜릿한 홈런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정후는 1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리그 홈경기에서 팀이 7-4로 앞선 8회말 시원한 스리런홈런을 쳤다. 샌프란시스코는 10-6으로 이겼는데, 이정후의 홈런이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홈런이 나온 상황이 그야말로 극적이었다. 1사 후 마이크 야스트렘스키가 2루타를 치고 나간 뒤 맷 채프먼이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났고, 이후 엘리엇 라모스가 고의볼넷으로 걸어나가 이정후에게 찬스가 왔다.

애리조나의 선택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됐다. 라모스의 최근 타격감이 좋았던데다, 왼손 투수 조 맨티플라이가 왼손 타자인 이정후와 상대하기 수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정후는 이날 경기 전까지 왼손 투수 상대 타율 0.318, OPS(출루율+장타율) 0.879, 오른손 투수 상대 타율 0.272, OPS 0.752로 오히려 왼손 투수에 강한 면모를 보였던 선수다.

애리조나의 선택은 결국 대실패가 됐다. 이정후는 볼카운트 1B-2S에서 몸쪽 낮은 커브를 그대로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스리런 홈런을 쳤다. 시즌 5호 홈런이자, 올 시즌 오라클파크에서 날린 첫 홈런이었다.

이 장면을 놓고 샌프란시스코 지역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이정후의 왼손투수 상대 강점을 간과한 선택이었고, ‘코리안 헤리티지 나이트’(한국 문화유산의 날) 행사에 모인 팬들을 환호하게 했다”고 평했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이날을 한국 문화유산의 날로 정해 한국 문화와 동포 사회를 조명하고 이정후의 한글 이름이 박힌 유니폼 상의를 제작했다. 이런 날에 이정후가 올해 안방에서 첫 홈런을 결정적인 순간에 날려 의미는 배가됐다.

이정후는 경기 후 “채프먼이 아웃됐을 때 상대가 라모스 대신 나와 대결할 줄 알았다”면서 “그저 한 점이라도 보탤 수 있었으면 했는데, 그렇게 큰 점수가 될 줄은 몰랐다”고 기뻐했다.

5타수2안타에 1주일만의 홈런으로 감각을 완전히 회복한 이정후는 15일 같은 장소에서 애리조나와 홈 3연전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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