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정부 대통령경호처가 현대건설에 800억원대 영빈관 신축사업의 밑그림을 그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현대건설이 윤석열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았는지를 살펴볼 계획이다.
19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현대건설은 2022년 7월쯤 경호처로부터 영빈관 신축을 위해 ‘콘셉트 이미지’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아 이를 제출했다. 건물의 대략적인 외관을 담은 일종의 상상도로, 정식 발주 전 참고자료로 사용된다. ‘2023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을 보면 윤석열 정부는 영빈관 신축에 878억63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다만 2024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한 뒤 예산이 실제로 집행되진 않았다.
특검은 현대건설이 관저 이전 비용 일부를 대고 영빈관 신축 사업을 약속받았는지 등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스크린골프장 공사를 수주한 A업체에게 공사 대금 대납을 약속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대건설이 800억원대 영빈관 신축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스크린골프 공사 대금을 대납했다면 뇌물죄에 해당할 수 있다.
민주당은 현대건설이 관저 리모델링의 대가로 국책사업도 수주했다고 주장한다. 최인호 민주당 부산시당 시정평가대안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6월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이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에게 관저 공사를 요청했고, 현대건설이 공사의 대가로 총사업비 약 10조5000억원 상당의 가덕도 신공항 사업을 따냈다”고 주장했다. 현대건설은 특검법 통과가 유력해진 지난 5월 가덕도 신공항 사업을 돌연 포기했다.
특검은 현대건설의 영빈관 특혜 수주 의혹도 관저 공사 경위와 관련한 부분으로 판단해 특검법상 수사대상이라고 보고 있다. 특검은 전날 관저 이전 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감사원을 2차 압수수색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콘셉트 이미지를 제공한 사실은 있지만 수주를 위한 설계를 착수한 사실은 없다”면서 “공사비를 대납했다는 의혹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