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를 일으켰던 위메프가 지난 10일 결국 파산 절차에 돌입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위메프 사태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 재편을 알리는 ‘구조조정의 서막’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자체 물류망과 막대한 자본력, 그리고 AI 경쟁력까지 갖추지 못한 중소 플랫폼들은 생존의 기로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한국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 구도’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쿠팡의 경우 직매입과 자체 물류망을 기반으로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며 지난해 업계 최초로 연매출 40조원을 넘어섰다. 올해는 40조원 후반대 매출이 예상되며 독주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 역시 국민적 플랫폼 파워를 바탕으로 커머스 부문이 분기 매출 1조원에 육박하며 쿠팡을 바짝 추격 중이다. 특히 내년에는 ‘AI 쇼핑 에이전트’와 ‘AI 탭’을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예측·제안하는 완결형 서비스를 예고하며 AI 경쟁력 우위를 선점하려 하고 있다.
여기에 알리익스프레스 등 C커머스(중국계 이커머스)의 막대한 자본 공세까지 더해지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G마켓(알리익스프레스와 JV 설립), 컬리(네이버와 협력) 등 후발주자들 역시 전략적 제휴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로켓배송’, 컬리의 ‘샛별배송’과 같은 '빠른 배송' 경쟁력이 플랫폼 생사를 좌우하는 핵심 기준으로 굳어지면서, 자체 물류망이 없는 중소 플랫폼들이 설 자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AI를 활용한 물류 효율성 극대화와 개인화 추천 고도화 역시 중소업체에게는 넘기 힘든 벽이 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위메프 파산과 티몬 영업 재개 연기는 경쟁에서 밀려나는 중소 플랫폼의 생존이 얼마나 어려워졌는지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라며 "앞으로도 매물로 나오는 중소업체가 인수자를 찾지 못하는 ‘구조조정 블랙홀’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EY한영이 지난해 말 법원에 제출한 실사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위메프의 수정 후 총자산은 486억원, 부채총계는 4462억원이다. 위메프의 계속기업가치는 마이너스(-) 2234억원이고, 청산가치는 134억원으로 조사됐다.
한편, 이번 위메프 파산은 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 피해를 입은 중소상공인들의 절규를 낳고 있다. 피해자 단체인 ‘검은우산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위메프 파산이 “10만이 넘는 피해자들에게 어떠한 구제도 없다는 것을 확정 짓는 사망 선고”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비대위는 법원에 회생절차 연장을 요구하며 항고장을 제출하기도 했지만, 30억원의 항고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해 기각됐다.
비대위는 “이번 사태는 명백한 사기였음에도 사법부는 법적 원칙 뒤에 숨었고, 정부는 ‘민간 기업의 일’이라며 피해자들을 철저히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가는 이 사태를 방치함으로써 위메프 피해자 10만, 티메프 피해자 50만을 두 번 죽인 것"이라며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비대위는 현행법이 거대 온라인 플랫폼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구멍 뚫린 법'임을 지적하며, 국회에 온라인 플랫폼 사기 피해자에 대한 구제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에 즉각 착수할 것을 요구했다.
신정권 비대위원장은 "기업은 파산했어도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면서, 향후 티메프 사태 백서 발간과 중소상공인·소비자 권리 보호를 위한 별도 단체 구성 등 구체적인 활동 계획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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