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거주 30대 한인 ‘크리스 정’
추방 명령 받고 출국 준비 중 ICE에 연행
‘반(反)트럼프 시위’ 전국 2000곳으로 확산
트럼프 79번째 생일날 갈라진 미국

불법이민자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가 전국적인 ‘반(反)트럼프 시위’로 확산된 가운데, 자진출국을 준비하던 한인이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된 것으로 파악됐다.
14일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NAKASEC) 이민자 단속 핫라인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LA)에 거주하는 30대 한인 크리스 정(Chris Chung·사진) 씨가 ICE에 체포돼 추방 위기에 놓인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살 때 미국에 입국한 정 씨는 10대 시절 갱단에 연루돼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14년 동안 수감생활을 했으며, 당시 82년형을 선고받았으나 형량이 감형돼 조기 출소했다.
출소 이후 정 씨는 위험 청소년들을 멘토링하고, 수감자들과 출소자들을 지원하며 경찰서에서 갱단 예방에 대해 연설하는 등 사회에 기여해왔다.
지난해 10월 시민권자인 아내와 결혼한 정 씨는 지난 12일 ICE로부터 “추방을 위해 신고하라”는 명령을 받고 자진출국을 준비 중이었으나, 갑자기 들이닥친 ICE 요원들에게 연행됐다.
법적 지원, 태어나지 않은 아기를 위한 긴급 지원, 추방 관련 비용 충당을 위해 온라인 모금사이트 ‘고펀드미(Gofundme)’에 후원금 모금채널을 연 정 씨의 아내는 “현재 아이를 임신 중이며 내년 2월 출산 예정이다. 남편은 청소년기에 저지른 범죄로 복역 후 변화된 삶을 살았고, 그를 추방하는 것은 우리 가족을 산산조각 내는 일”이라며 도움을 호소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에도 전국적인 불법이민자 단속 반대 시위는 계속됐다.
14일 워싱턴DC에서는 육군 창설 250주년을 맞아 대규모 열병식이 열려 트럼프 대통령을 추켜세운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2기 들어 최대 규모의 ‘반(反)트럼프 시위’가 열렸다.
이날 열병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육군은 우리를 자유롭게 하고, 우리를 강하게 한다”며 “오늘 밤 여러분은 모든 미국인을 자랑스럽게 만들었다”고 연설했다. 행사에 몰린 군중들은 이날 생일을 맞은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열병식에 앞서 전국 각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대규모 ‘노 킹스(No Kings)’ 시위가 열렸다. 뉴욕에서는 5만 명, 필라델피아에서 10만 명이 참여하는 등 전국 2000여곳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반대하는 저항 시위에 수백만 명이 참여해 행진을 벌였다.
이번 대규모 시위는 불법이민자 단속에 반발하는 LA 시위가 벌어지기 전부터 계획됐지만, LA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규모가 더 확대됐다.
이번 시위는 대부분 평화롭게 이뤄졌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총격을 비롯해 여러 사건·사고가 벌어졌다.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는 집회 현장에서 총격이 발생해 1명이 총상을 입고 중태에 빠졌고,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차 한 대가 군중을 향해 돌진해 최소 4명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윤지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