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외인은 페이스(Face)보다 페이스(Pace)···톨허스트에서 리베라토까지 외인성공 100가지 방법론

2025-08-24

KBO로는 한 세대 전의 일이다. 2004년 여름, 삼성 코칭스태프 사이에서는 이날 합류를 앞둔 새 외국인타자 멘디 로페즈의 식성이 화제였다. 교체 외인으로 계약한 로페즈가 입국하자마자 삼성의 서울 원정 호텔에 짐을 푼 뒤 비빔밥 한 그릇을 가볍게 비운 것에 대한 얘기였다. 삼성 코치들은 외인타자의 확실한 성공 툴(tool)이라도 확인한 듯 메들리로 큰 기대를 걸었다.

앞서 삼성을 떠난 외인타자 트로이 오리어리는 메이저리그 통산 127홈런을 때린 당시로는 모셔오기 힘든 자원이었다. 그러나 오리어리는 낙후돼 있던 대구시민야구장 인프라는 물론 한국 음식에도 적응하지 못하면서 도망치듯 팀을 떠났다. 결별 사유는 ‘향수병’이었다.

그러나 로페즈도 삼성이 찾던 ‘인재’는 아니었다. 비빔밥 앞에서 보였던 폭발력을 타석에선 보이지 못했다. 방망이를 들면 얌전해졌다. 22경기에 출전해 타율 0.162의 초라한 성적만 남기고 삼성 유니폼을 벗었다.

시대에 따라 외국인선수 성공 공식은 달라진다. 각 구단이 쥐고 가는 노하우 또한 다르다. 어쩌면 보편화된 ‘정답’은 없다.

차명석 LG 단장은 올여름 에르난데스를 대체한 새 외국인투수로 LG 유니폼을 입은 톨허스트를 두고 “과거 같으면 회사 결재를 올리기도 어려운 이력”이라고 했다. 메이저리리그 경력이 아예 없는 톨허스트는 몇 마디 설명으로 눈길을 끌기 어려운 자원이었다. 그러나 톨허스트는 LG 합류 뒤 2경기에서 13이닝 무실점의 만점 피칭으로 직접 본인 소개를 했다.

차 단장은 “과거 외국인선수를 교체하며 몇 차례 실패도 경험했다. 결과적으로 시즌 중간 즉시 전력을 써야 하는 교체 외인을 선택할 때는 최근 페이스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톨허스트는 그런 시각에서 적합한 자원이었다”고 말했다. 톨허스트는 LG행을 결정하기 직전 토론토 트리플A 5경기에서 26.1이닝 던지면서 4실점만 했다. 평균자책은 1.37이었다.

올시즌 외국인선수 경쟁에서 ‘전체 수석’인 한화 폰세 역시 계약 시점에는 긍정적 전망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폰세는 강한 구위에 다양한 구종을 던지는 투수였지만 잔부상 이슈가 종종 따르던 선수였다. 또 2017년 밀워키 마이너리그에서 137.2이닝을 던진 것이 개인 최다 이닝 시즌이었던 만큼 내구성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았다.

손혁 한화 단장은 이 대목에서 다른 차원의 접근을 했다. 170~180이닝을 몇 년째 던져 피로가 누적된 선수와 그보다 적은 이닝을 최근 던진 투수 가운데 누가 더 건강 변수가 클지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폰세는 한화에서 벌써 24경기 152.2이닝을 던지며 15승무패를 기록하고 있다. 타구단 데이터 분석팀에 따르면 폰세는 여전히 시즌 초 같은 구위를 보이고 있다.

대체 외인타자로 한화에 입단한 뒤 ‘로또급’ 활약을 하고 있는 리베라토 또한 메이저리그 경력은 2022년 샌디에이고에서 7경기에 출전 5타석을 기록한 것이 전부다. 그러나 리베라토는 44경기에서 타율 0.343 OPS 0.968로 반짝이고 있다. 리베라토는 지난해 삼성 외인타자 디아즈가 그랬듯 멕시칸리그에서 페이스를 그대로 KBO로 안고 왔다. 리베라토는 한화와 계약 직전 멕시칸리그에서 29경기 타율 0.373 OPS 1.138을 기록 중이었다.

이처럼 교체 외인의 경우에는 유명세(FACE)보다 흐름(PACE)에 주목한 팀이 성공을 거두는 시즌이다. 그러나 이 또한 하나의 사례일 뿐 일반화된 모델은 아직 아니다.

차명석 단장은 검은고양이를 안고 LG팬에 첫 인사를 했던 톨허스트를 두고는 말수가 적은 편이라고 했다. 국적 무관 소통에 능한 차 단장 또한 톨허스트와는 아직 긴 대화를 못해 본 모양. 차 단장은 이에 대해 “말수가 적든 많든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경기력”이라고 말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잘 잡는 게 중요하다는 ‘흑묘백묘론’과 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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