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엽 두산 감독은 14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전날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마무리 김택연에 대해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공 자체 구위는 나쁘지 않다. 지난 시즌과 차이가 없다. 다만 실패가 몇 번 생기면서 그저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쫓기는 상황인 거 같다”고 진단하며 “분위기를 바꾸고 김택연 선수를 살리기 위해 오늘내일 정도만 조금 편안한 상황에서 등판시킬 생각이다”고 달라진 불펜 운영을 예고했다. 김택연이 심리적 안정감을 찾을 때까지 몇 경기라도 마무리가 아닌 다른 역할로 투입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두산은 이날 경기에서 돌발 악재도 만났다. 호투하던 선발 잭 로그가 타구에 맞았다. 로그는 팀이 3-0으로 리드한 4회초 1사후 문현빈의 잘 맞은 타구에 왼 발목 쪽을 강타 당했다. 왼 발목 안쪽이라 충격이 더 커 보였다. 로그는 큰 통증을 호소하며 주저 앉았고, 응급 처치를 받고 일어났다. 하지만 투구는 쉽지 않았다. 결국 두산 벤치는 주심에게 투수 교체를 알렸다.
불펜에서 뒤늦게 몸을 풀기 시작한 김민규가 마운드를 이어 받았다. 김민규는 후속 노시환의 안타성 타구로 유격수 오명진의 호수비로 선행 주자를 잡아 한숨을 돌렸다. 뒤이어 채은성을 삼진 처리하며 이닝을 실점 없이 막았다.
5회 다시 마운드에 오른 김민규는 1사후 안타와 볼넷, 사구를 연속으로 내주며 흔들렸다. 이 위기를 막은 건 고효준이었다. 고효준은 최인호를 2루수 앞 병살타로 유도하며 환호했다. 고효준은 6회 선두타자로 만난 플로리얼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했다. 그러나 이후 한화는 두산의 철벽 계투진에 막히고 말았다.

고효준이 6회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고 물러난 뒤에는 박치국이 등판해 5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하며 1.2이닝을 지웠다. 8회는 김택연이 마운드에 올랐다. 김택연은 실책으로 주자 한 명을 내보내긴 했지만 여유있는 모습으로 맡겨진 1이닝을 깔끔하게 막았다. 9회는 박신지가 책임졌다. 이날 승리투수는 김민규였다.
불펜 필승조 중에 하나인 홍건희가 부상으로 빠지고, 김택연의 부진 등 겹친 상황에서도 지난 시즌 1위의 막강 불펜을 자랑한 두산이 십시일반으로 빈자리를 채워가며 선방하고 있다. 12연승 중이던 한화와의 원정 3연전에서 2연승으로 위닝시리즈를 확보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이 감독은 “선발 잭 로그가 불의의 부상으로 마운드를 일찍 내려갔음에도 불펜진 모두가 최고의 모습으로 승리를 지켜냈다. (병살타를 유도한 뒤)포효하며 팀 분위기를 끌어올린 고효준, 5타자를 퍼펙트로 막은 박치국의 역투가 결정적이었다. 좋은 모습을 보여준 김택연도 부담을 덜어냈길 바란다”고 말했다. 12안타를 효과적으로 집중시킨 타선도 모처럼 좋은 집중력을 보여줬다. 두산은 8·9회 각각 2점씩 달아나며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이 감독은 “주장 양의지가 기회마다 중요한 타점을 올려주며 공수에서 활약했다. 오명진도 유격수에서 좋은 수비에 멀티히트로 맹활약했다”며 박수를 보냈다.
다행히 잭 로그 역시 큰 부상은 피했다. 곧바로 정밀 검사를 받은 잭 로그에 대해 두산 관계자는 단순 타박상으로 밝혀 다음 경기 출장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