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녘의 마을이 보일 때면 기차역이 있었고, 기차역 이름이 그 마을의 지명이었다"
북·중 및 북·러 접경지역을 드나들며 북한 주민들의 생활 모습이 담긴 각종 자료를 수집해온 강동완 동아대 교수가 신간『압록강 700리, 북한기차역과 사람들』에서 밝힌 연구 동기다. 책은 북·중 접경인 압록강을 따라 놓여있는 북부내륙선 철도 주변의 풍경을 담고 있다.
저자는 2008년부터 18년째 북한 주민들을 먼발치에서나마 직접 볼 수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 접경지역을 찾아 북한 주민들의 사회생활과 문화를 연구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신간에서 다룬 자강도 만포시에서 양강도 혜산시에 이르는 길이 240km의 북부내륙선은 "압록강 일대의 지명과 북한 주민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교과서"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처럼 작은 북녘의 기차역을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지명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다. 저자는 "북녘의 마을이 보일 때면 어김없이 기차역이 있었다"며 "기차역의 이름은 그 마을의 지명이란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기차역을 찾아 압록강을 달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압록강 700리를 달리며 북녘 기차역의 풍경을 담는 과정에서 단서는 한장짜리 북한 철도 안내도가 전부였다. 북부내륙선은 개마고원의 험준한 산세를 뚫고 압록강을 에돌고 있는데, '만포혜산청년선'이라는 이름도 갖고 있다. 안내도에 나온 기차역을 찾지 못했을 때 해결책은 달려온 길을 되돌아가는 것뿐이었다. 책에는 이런 녹록지 않은 긴 여정이 담겨있다.

저자는 현재 사단법인 '통일한국' 대표를 맡고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김정은의 음악 정치: 모란봉악단, 김정은을 말하다』, 『엄마의 엄마: 중국 현지에서 만난 탈북 여성의 삶과 인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