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언어로 세계를 묻다”…‘제18회 전주국제사진제’ 관람객 2천여명 다녀가

2025-05-12

 사진 예술을 통해 동시대 사회와 감각의 지형을 성찰하는 ‘제18회 전주국제사진제’에 국내외 2천여 명의 관람객이 발걸음하며 창작과 교류, 소통의 장을 완성했다.

 지난달 26일부터 11일까지 전주 서학동예술마을 일대에서 열린 올 사진제의 주제는 ‘MAKING: NOT TAKING’. 단순히 ‘찍는’ 행위를 넘어 사진을 만들고 기억하고 질문하는 예술적 행위로 확장시키는 전시 기획이 관람객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번 축제는 총 9개 전시 섹션으로 구성돼 국제전, 국내전, 지역전, 특별전 등 사진 예술의 다양한 층위를 아우르며 전개됐다. 전시는 갤러리 AP-9, 서학아트스페이스, 전주교대 아트스페이스, 서학담쟁이 갤러리, 서학동 광장 스트리트갤러리, 선재미술관, 전주향교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돼 전주의 역사와 공간성과 어우러진 ‘도시형 예술제’의 면모를 보여줬다.

 주제전인 국제전 ‘사람, 장소, 사물: 은유와 의미’는 인도, 레바논, 칠레, 호주 등 세계 각국의 사진가 12명이 참여해 각자의 문화와 사회를 투영한 작업을 선보이며, 기억과 정체성, 기후위기와 노동, 공동체와 저항의 주제를 입체적으로 풀어냈다. 예술감독 에릭 윅스(펜실베이니아 예술디자인대)의 큐레이션으로 구성된 이 전시는 동시대 다큐멘터리 사진의 경향과 시각미학을 조명하는 중심 무대였다.

 국내전 ‘경계를 넘어서: 현실과 초현실 탐구’에서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6인의 한국 사진가가 참여했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더욱 흐릿해진 실재와 허상의 경계에 대한 성찰을 사진 언어로 제시해, 현장에서는 “사진의 새로운 존재론적 질문을 던진다”는 평을 받았다.

 ‘페스티벌 인 페스티벌’ 형식으로는 세계적 거리사진 축제인 ‘Eyes on Main Street Wilson’의 일부가 전주에 소개됐다. 벨기에 기획자 제롬 드 펠링히가 큐레이션한 이번 섹션은 미국 윌슨에서 선보인 작품 중 16점을 선정해 전주 시민과 관람객에게 선보이며 도시 간 예술 교류의 장을 열었다. 날씨의 영향으로 조금 일찍 철거돼 아쉬움을 남겼지만, 사진제 시작 초반 거리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한 전주향교 등에서 펼쳐진 전주로컬문화사진전은 8인의 지역 기반 작가가 참여해 전주의 공간성과 인물을 독창적 시선으로 담아냈다. 이와 함께, 여성사진가 특별전 ‘얽힘’에서는 한국여성사진가협회 소속 10인의 작업을 통해 젠더 시각을 반영한 동시대 사진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전국 15개 대학의 사진 및 시각예술 전공 학생들이 참여한 포토리뷰 특별전과, 후지필름 ‘Seed Collection’ 프로그램 연계 전시도 눈에 띄었다. 이는 신진 작가들에게 창작 기회는 물론, 실질적 지원까지 더해지며 사진계의 미래를 조망케 했다.

 특별히 주목할 만한 내용은 관람객 구성이다. 준비된 브로셔 등으로 추산해볼 때, 올 축제는 약 2,000여 명 이상이 관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뉴욕, 파리, 몽골, 중국 등 해외는 물론 서울, 부산, 대전, 대구, 통영, 광주, 청주 등 전국 각지에서 관람객이 몰렸다. 여기에 전주 향교의 야외전시와 스트리트갤러리를 찾는 인원까지 포함하면 정확한 수치 집계가 어려울 정도로 ‘사진 도시 전주’의 흡인력을 실감케 했다.

 지난달 26일 개막식에는 에릭 윅스 예술감독과 제롬 드 펠링히 디렉터 부부가 직접 방한했으며, 상명대 임안나 교수, 다큐사진가 성남훈, 배진희 머그출판사 대표, 김지민 갤러리더씨 대표, 권은경 에프갤러리 대표, 대전국제사진축제 전재홍 위원장, 한국여성사진가협회 최인숙 회장, 뉴포토그라피 이정희 대표 등 사진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현장을 빛냈다.

매일 같이 현장을 지키며 도슨트 역할을 한 박승환 전주포토페스티벌 운영위원장은 “사진은 특정한 시공간을 넘어서는 언어다”며 “이번 페스티벌은 사진이 어떻게 세계를 읽고, 기억하고, 치유하는지를 함께 경험하는 장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관람객들은 사진 작품 감상뿐 아니라, 전주라는 도시의 독특한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는 다양한 경험에 만족해한다”며 “전주향교의 고즈넉한 아름다움, 전주천과 남부시장의 친환경적이고 여유로운 풍경, 정갈하고 맛있는 음식과 더불어, 유서 깊은 전통문화와 현대 시각예술이 어우러진 전주의 일상은 축제의 분위기를 한층 더 풍요롭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전주국제사진제는 단순한 예술 감상을 넘어, 관람객과 작가 간의 포럼, 아티스트 토크, 리뷰 프로그램, 포토워크숍 등 입체적 교류의 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사진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물론, 예술과 지역문화를 체험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전주는 해마다 ‘다시 찾고 싶은 사진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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