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보조금을 받는 인텔 외에도 다른 칩 제조 업체의 지분 취득을 검토하는 등 반도체 산업 패권 장악 욕망을 노골화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9일 반도체 보조금을 활용해 인텔 지분 10% 확보를 추진하는 미국 정부가 한국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해외 반도체 기업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지분을 요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제안보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제조 역량이 뛰어난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전례 없는 수단까지 동원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이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인텔에 109억 달러(약 14조 7000억 원)를 비롯해 TSMC 66억 달러, 마이크론 62억 달러, 삼성전자 47억 5000만 달러의 지원금을 약속했다. 인텔에 대한 지원금은 시가총액으로 환산하면 10% 지분에 해당한다. 인텔의 지분 취득 방식을 삼성전자에 적용할 경우 미 정부는 삼성전자 지분 약 1.5%를 취득할 수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는 인텔과 TSMC 등에 공짜로 돈을 퍼줬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 돈을 미국인을 위한 지분으로 전환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분 인수 기업에 경영권을 행사하지는 않겠다고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초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때 경영 활동에 제동을 걸 수 있는 ‘황금주’를 받아낸 사례를 보면 약속이 지켜질지 의문이다.
미국이 반도체 보조금을 주는 대가로 삼성전자 지분을 요구하는 것은 강탈이나 다름없는 몰상식한 행태다. 우리의 ‘반도체 국익’이 조금이라도 훼손되지 않도록 만반의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25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판 흔들기 전략에 끌려가지 않으려면 정부와 기업의 면밀한 분석과 대책이 요구된다. 그러잖아도 반도체 등 우리 주력 산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다. 기업들은 전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면서 관세 협상에 필요한 대미 투자를 늘려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정부는 반도체 분야 등 우리 주력 산업에서의 국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외교 협상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주52시간 근무제 등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저해하는 족쇄도 더 이상 존속시킬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