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에서 쌀값이 1년 전의 2배 수준으로 폭등하면서 수입산 쌀 판매가 활기를 띠고 있다. 국산 쌀에 집중돼 있던 일본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저렴한 수입산 쌀로 분산되면서 한국산 쌀 수입 물량도 확대되는 추세다.
16일(현지시간)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최대 슈퍼마켓 체인인 이온은 오는 6월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산 쌀을 판매하기로 했다. 수입 때 1㎏당 341엔(약 3290원)의 관세를 물어도 일본산 쌀보다 10%가량 싼 가격에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농림수산성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조사한 전국 슈퍼의 쌀(5㎏ 기준) 판매가격은 4214엔(약 4만 원)으로 1년 전의 2배 수준이었다.
고기덮밥 '규동' 체인으로 유명한 마쓰야를 거느린 마쓰야푸딩홀딩스는 이미 체인의 약 80%에서 미국산 쌀을 사용하고 있다. 수입 쌀 수요가 늘자 현지 무역상이나 도매상의 쌀 수입 확대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종합상사 가네마쓰는 애초 1만 톤으로 계획한 쌀 수입량을 2만 톤으로 늘려 미국산과 함께 대만, 베트남산 수입도 검토 중이며 쌀 도매 유통사인 신메이는 7월까지 수입 예정인 약 2만 톤의 판매 예약이 이미 끝난 상태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소비자 의식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일본생활협동조합연합회가 지난 3월 6342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쌀 구입 때 중시하는 요인으로 77.8%가 '국산'을 꼽았지만 33.1%는 '싼 가격'이라고 응답했다. '싼 가격'을 꼽은 응답률은 지난해 10월 설문조사보다 1.8%포인트 높아졌다.
한국산 쌀도 인기를 얻고 있다. NH농협무역의 일본 지사인 농협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최근 전남 해남 브랜드 쌀 10톤이 판매 개시 약 열흘 만에 모두 판매됐다. NH농협무역은 이처럼 일본에서 좋은 반응이 나타나자 쌀 수출 물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쌀 값 고공 행진이 이어지자 농가에서는 벼 농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대형 유통업체는 벼가 익지도 않은 상태에서 먼저 농가를 상대로 입도선매(미리 돈을 받고 팔기)에 나서기도 했다고 전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쌀 값이 급등하면서 정부가 올해 3월부터 비축미를 푸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좀처럼 가격이 안정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