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한 신발? 요즘은 안 팔린다”…도대체 왜

2025-08-15

헬시플레저 열풍, MZ세대 이탈…러닝화에 밀린 ‘편한 신발’

한때 ‘못난이 신발’의 대명사로 불리며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던 패션 브랜드 크록스(Crocs)가 최근 글로벌은 물론 국내 시장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신발 꾸미기’ 열풍과 MZ세대의 개성 표현 트렌드를 타고 전성기를 구가했다. 최근 소비 트렌드가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바뀌면서 설 자리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

◆주가 급락…“변화한 소비자 취향이 원인”

1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크록스 주가는 하루 만에 29.24% 급락했다. 약 3년 만의 최저치다. 2023년 8월의 134달러 수준과 비교하면 여전히 30% 이상 하락한 상태다.

크록스의 주가 급락은 매출 감소 우려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크록스는 최근 발표한 2분기 실적에서 “올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11% 줄어들 것”이라고 예고했다.

북미 시장에서 호카(HOKA), 온러닝(On Running) 등 퍼포먼스 기반의 러닝화 브랜드가 강세를 보이면서 캐주얼 중심인 크록스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약화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러닝화 전성시대…패션보다 ‘기능’이 우선

글로벌 운동화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모더 인텔리전스는 올해 전 세계 운동화 시장 규모가 약 1858억달러(약 24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30년까지 연평균 6.86% 성장해 2589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능성과 활동성을 중시하는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가 소비 패턴을 크게 바꾸고 있다.

국내도 상황은 비슷하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운동화 시장은 2021년 2조7761억원에서 2023년 3조4150억원으로 확대됐다. 러닝화만 1조원 이상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본다.

주요 백화점에서는 러닝화가 고객 유입을 이끄는 핵심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러닝화 매출은 전년 대비 평균 30% 이상 증가했다.

◆포트폴리오 다변화에도 실적 ‘빨간불’

크록스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수년간 제품군 다변화에 나섰다. 부츠, 털신발 등 겨울 시즌 제품을 확대하고, 신발 꾸미기 액세서리 지비츠(Jibbitz)를 앞세워 MZ세대의 ‘자기표현’ 욕구를 겨냥했다.

기존 크록스의 아이덴티티인 편안함과 실용성에 ‘개성’이라는 요소를 결합한 전략이다.

이 같은 시도에도 국내 시장에서는 수익성 개선에 실패하고 있다. 크록스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2574억원으로 전년 대비 10.8%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30억원으로 전년(28억원) 대비 오히려 적자 폭이 확대됐다.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유통채널 수수료, 마케팅 지출 등 고정비용이 더 빠르게 증가한 결과로 풀이된다.

◆전문가 진단 “단순 유행 아닌 구조적인 변화”

전문가들은 크록스의 부진을 단기 유행의 종료로 보기보다는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른 구조적 전환으로 분석하고 있다.

단순한 브랜드 이미지 쇄신이나 마케팅 강화만으로는 시장 회복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헬시플레저’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기능성과 활동성을 겸비한 운동화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며 “단순히 ‘편안한 신발’이라는 장점만으로는 브랜드 충성도를 유지하기 어려운 시대에 들어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크록스가 지비츠, 시즌 한정 제품 등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운동 중심의 라이프스타일 전환에 대응하는 전략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에는 ‘패션+기능’이라는 이중 가치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구현할 수 있느냐가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록스가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려면 브랜드의 핵심 가치인 ‘편안함’에 더해 러닝화 시장에서 요구되는 운동성과 실용성을 갖춘 신제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서의 진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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