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넷플릭스가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로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케데헌'의 OST가 미국 빌보드 메인 차트를 점령하면서 그 인기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 토종 OTT 중 가장 먼저 시장에 뿌리 내린 왓챠는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지난 6월 넷플릭스에서 '케데헌'이 공개됐다. 미국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K팝 아이돌을 소재로 하는 최초의 해외 제작 애니로 화제를 모았다. K팝 음악을 활용한 뮤지컬 애니인 만큼 공개 후 K팝 걸그룹인 주인공이 저승사자 보이그룹 사자보이즈로부터 팬을 지켜낸다는 콘셉트가 신선하게 다가갔고, 여기에 OST가 한몫 하면서 '케데헌'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OST인 '골든(Golden)'과 '소다 팝(Soda Pop)', '유어 아이돌(Your Idol)' 등은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포진했다. 특히 '골든'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 정상을 탈환하는 등 '케데헌' OST 4곡이 빌보드 '핫100' 톱10에 첫 동시진입했다.
민화 속 호랑이와 까치를 모티브로 탄생한 극중 캐릭터 '더피'와 '서씨'의 인기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뮷즈(뮤지엄 굿즈)로 이어졌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호랑이·까치 배지는 연일 품절 사태를 빚고 있으며 뮷즈 매출액도 전년 대비 약 34% 증가해 역대 최대치인 115억원을 기록했다. 또 '케데헌'의 IP가 국내 기업 삼성과 농심에서 컬래버레이션을 하면서 K컬처와 K산업 전반으로 열풍이 번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토종 OTT의 설 자리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 지난 4일 토종 OTT 1세대 기업인 왓챠는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독특한 콘텐츠로 구독자의 사랑을 받아 왔지만 공룡 OTT의 등장으로 콘텐츠 경쟁에서 밀려나기 시작하면서 꽤 오랜 기간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왓챠뿐 아니라 티빙과 웨이브의 상황도 좋지만은 않다. 티빙은 넷플릭스, 디즈니+의 거센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 경쟁에서 한 발 물러나 '스포츠 중계'로 눈을 돌렸고, 웨이브는 오리지널 시리즈와 예능, 다큐멘터리 등을 꾸준히 제작하고 있지만 큰 반향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OTT에 맞서기 위해 토종 OTT가 강구한 해결책이 바로 '합병'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6월 티빙과 웨이브의 임원겸임 방식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 지난 8월 7일에는 웨이브의 운영사인 콘텐츠웨이브 새 대표로 서장호 CJ ENM 콘텐츠유통사업본부장이 선임되면서 합병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토종 OTT 플랫폼이 현 시점에서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 합병과 더불어 바로 '해외 진출'이다. K콘텐츠는 글로벌 OTT 플랫폼의 선택을 받아 제작이 되고, 해외에 진출하고 있다. 하지만 K콘텐츠가 토종 OTT 플랫폼을 통해 해외에 진출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해외 시청자들의 데이터를 축적해 다양한 장르와 소재에 도전해 지식재산권(IP)를 확장할 수 있는 장점이 생긴다. 또한 글로벌 OTT에 쏠림 현상이 나타났던 국내 창작자들의 창작 기회를 토종 OTT 플랫폼이 동등하게 나눠가질 수 있다.
정부차원에서 글로벌 OTT에 대항하기 위해 '콘텐츠 투자지원'에 힘을 쏟고 있지만 지금처럼 토종 OTT가 콘텐츠를 제작하고, 국내에서만 유통이 된다면 똑같은 한계점에 부딪힐 수 있다.
지난 13일 이재명 대통령 정부가 공개한 123대 국정과제 중 미디어 생태계 구축 전략 일환으로 'K플랫폼 해외진출 지원'이 거론된 것처럼 지금은 콘텐츠 투자지원보다는 'OTT 플랫폼 투자 지원'이 것이 더 좋은 방안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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