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동률이 반 토막 났는데 전기료는 더 나와요. 불황에 가뜩이나 힘든데 부담만 늘어나는 거죠."
최근 만난 한 석유화학 업체 관계자가 한숨을 내뱉으며 한 말이다. 석화 기업뿐만이 아니다. 전력 다소비 업종인 철강·반도체를 비롯한 국내 제조업 전반에서 전기료 급등에 비상등이 켜졌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1년부터 총 일곱 차례에 걸쳐 70% 가까이 인상됐다.
인공지능(AI) 기술 발전과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으로 전력 수요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폭증하는 수요를 안정적으로 떠받치지 못하면 전기료 추가 인상은 불가피하다. 장기 불황에 허덕이는 기업들의 생산 원가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기업이 요즘 새 정부에 바라는 최대 민원이 전기를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으로 귀결될 정도다.
한국 제조업의 생존과 산업 전반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가 에너지 정책의 재정비는 절실하다. 현재 경제성이 가장 높은 발전원으로는 원자력이 꼽힌다. 발전단가를 보면 태양광(1㎾h당 123~144원), 육·해상풍력(166~168원, 271~300원) 대비 원전은 60~70원 수준이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과 비교해도 비용 절감 효과는 3배 이상이다.
산업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발전만으로 급증하는 전기 수요를 충당할 수 없다. 다행히 6·3 대선을 앞두고 주요 후보들이 에너지 믹스의 중요성을 잊지 않고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10대 공약에 원전 활성화를 제시하고 한국형 소형모듈원전(SMR) 상용화 의지를 강조했다. 과거 탈원전을 주장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원전도 필요하고 재생에너지도 필요하다”는 변화된 입장을 내비쳤다. 이 후보의 1호 공약인 AI 육성은 안정적 전기 공급 없이는 불가능하다.
원전을 병행하는 에너지 믹스 전략을 통해 서둘러 전기요금과 전기 생산에 안정을 기해야 한다.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 확보는 산업 경쟁력의 핵심이다. 새 정부가 이를 숙고해 부디 산업계에 활기를 불어넣을 에너지 정책의 새판을 짜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