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개선 사례 공개 건수 '0'...건의 반영 비중도 '깜깜이'
마지막 중기익스프레스 회의 지난해 8월...세차례 열린 게 전부
중소기업 관계자 "취지 좋은만큼 적극적으로 대화 창구 마련해야"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중기익스프레스 핫라인' 플랫폼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해 논란이 일고 있다.
중기익스프레스핫라인이 도입된지 아홉달이 지났는데 공개된 우수 사례가 없으며, 최근 규제 건의 관련 통계도 2022년에 머물러 있어서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좋은 취지로 도입된 만큼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 우수 개선 사례 공개한다더니...9개월간 게시물 개수 'zero'
4일 업계에 따르면 중기익스프레스 플랫폼이 도입된 이후 1년이 넘었지만 '주요성과' 카테고리의 게시물은 0건을 기록 중이다.
중기익스프레스핫라인은 중소기업중앙회와 기획재정부(기재부)가 정책 개선을 위해 중소기업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올해 1월에 도입한 플랫폼이다. 플랫폼 내 사전 안내 사항에는 "정책제안 내용과 정부의 답변이 중소기업 경영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우수사례로 선정되는 경우, 개인 및 기업 정보를 제외한 개선 사례가 플랫폼 내에서 공개될 수 있습니다"고 명시돼 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아직 우수 사례에 대한 선정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계속 중기익스프레스핫라인을 통해 건의를 받고 있으며, 내년초에 1년간 건의 자료 중 선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중기중앙회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우수 사례 선정이 더디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정부 부처가 중소기업의 건의를 한달 이내에 회신해야 하기 때문에, 충분히 모범사례를 추려낼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제도 시행 이후 아홉달이 지났는데 우수 사례가 공개되지 않은 건 아쉽다"며 "아무래도 중소기업중앙회 내부 인력이 충분치 않아서 그런 것 같다"고 전했다.
'규제예보제'도 정상적으로 시행되는지 미지수다. 규제예보제는 지난 2023년 중기부가 각 부처 중요한 규제를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알기 쉽게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다.
규제예보제 페이지에는 신설·강화 예정인 규제에 대해 안내하는 글들이 있는데 관련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웹 주소와 QR코드가 있다. 해당 창구를 통해 수렴된 의견은 전문연구원의 검토를 거쳐 중소기업 규제영향평가에 반영된다.
하지만 몇개의 규제 관련 건의가 올라왔는지, 이중 얼마나 반영됐는지는 알 수 없다. 마지막 통계가 2022년 12월 14일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소기업의 의견을 직접 청취하기 위해 마련한 중기익스프레스 회의도 세 차례 진행한 것이 전부이며, 최근 회의는 지난해 8월까지 거슬러 가야 한다.
◆ 중소기업 의견 수렴 취지는 좋지만...실효성 제고 必
도입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중소기업과의 실질적 소통이 없으면 무의미한 제도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1년반이 됐는데 우수사례가 없다는 것은 실효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도 여러 규제에 대해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이 많은데, 현장 의견이 소통 과정에서 배제되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 철폐와 관련해 중소기업과 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창구를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도 "미국의 경우 규제를 신설할 때 기존 규제를 2~3개 없앨 정도로 규제 완화에 적극적인 나라"라며 "게다가 한국은 전체 일자리가 8할이 중소기업에 창출될 정도로 중소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불필요한 규제를 줄여 중소기업에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결국 중소기업과 대화 창구를 늘리는 게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stpoems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