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호조 고무된 中…관세 인하 내비친 美

2025-05-09

중국이 예상 밖의 수출 실적을 거두자 미국과의 무역 회담에 앞서 ‘협상 지렛대’를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미국 경제가 올해 1분기 역성장(-0.3%)한 것과 달리 중국은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5.4% 성장률을 달성하면서 상대적으로 여유를 갖게 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관세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될 5월 이후 실물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중국 정부도 이번 회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필요가 커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9일 중국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는 4월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8.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로이터통신(1.9%)과 블룸버그통신(2.0%) 등의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지난달 초 미국의 관세 부과 이후 대미 수출은 21% 줄었지만 이를 만회하기 위해 다른 지역의 수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과 유럽연합(EU)의 수출 물량이 각각 21%, 8% 증가했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아세안과 EU가 중국의 1·2위 교역 대상으로 자리를 잡으며 수출액도 전년 대비 12.6%, 6.1%씩 늘었다. 반면 중국의 세 번째로 큰 무역 파트너인 미국으로의 수출은 올 들어 4월까지 1.5% 감소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후 받아든 경제 성적표가 생각보다 양호한 탓에 10~11일 스위스에서 열릴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앞둔 중국은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허리펑 부총리가 스위스에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을 만나기로 했지만 미국이 잘못된 관행을 시정하고 일방적인 관세를 해제하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첫 무역 협상 결과에 따라 대(對)중국 관세율을 낮출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 시간) “중국은 (우리와) 합의하기를 정말로 원한다”며 ‘협의가 잘되면 중국에 대한 관세를 낮출 수 있냐’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 145%보다 더 높아질 수는 없지 않느냐. 그러니 우리는 관세가 낮아질 것임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실질적인 협상이 이뤄지냐는 질문에 “실질적일 것”이라며 “난 우리가 (중국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가질 것이라 생각한다. 알다시피 난 시진핑 국가주석과 늘 매우 잘 지내왔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1단계 조치로 대중국 관세를 60%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중국도 이를 수용할 수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협상 테이블에는 관세뿐만 아니라 희토류 등 수출통제 품목도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으로 미국 산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만큼 이를 해결하는 것이 미국의 우선 협상 순위에 올라 있다고 전했다. 협상이 생각보다 빠르게 진전되면 다음 주에 관세 인하 조치가 이행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미국 측의 유화 제스처와 달리 원칙을 강조하며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온 중국도 ‘협상 판’이 마련되면 전향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직까지는 관세 영향이 덜 드러났지만 관세전쟁이 길어질수록 중국 내 중소 수출기업과 제조 업체들이 타격을 받고 이는 결국 경기 침체와 실업률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4월 수출입 실적이 미국발 고관세의 초기 피해만 반영됐다며 이번 달부터 실제 영향이 극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역시 이러한 상황을 우려해 최근 지급준비율을 인하하기로 하고 정책금리를 낮추는 등 ‘내수 체력’ 비축에 나섰다. 또 수출 감소를 상쇄하기 위한 소비 진작책과 중소 수출기업 및 제조업에 대한 지원 자금도 대폭 늘렸다. 일감이 줄어 고용 불안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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