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유임을 결정하며 농정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여야가 바뀌는 정권 교체로 정책 변화가 뒤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장관이 유임됐기 때문이다.
농업계는 이번 유임 결정이 협치 농정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한국농축산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송 장관의 유임은 이 대통령이 대화와 협치를 통해 농업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농업민생이 담긴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농업난제가 슬기롭게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정책 연속성에 대한 기대도 나온다.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는 같은 날 성명에서 “송 장관이 이재명정부에서 중책을 맡으며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농정 운영의 연속성을 이어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 본사업으로 전환된 ‘농업수입안정보험’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평가다. 한 농민단체 관계자는 “여야 찬반 논란이 첨예했던 수입안정보험의 경우 정권 교체로 정책이 단절될 우려가 있었지만, 장관이 유임돼 일정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전 정부와 현 정부 모두 강조한 공익직불제 확대, 청년농 육성이나 송 장관의 전문 연구 분야였던 농촌 개발도 추진 동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윤석열정부 시절 더불어민주당이 개정을 주도한 양곡관리법 등 ‘농업4법’에 대해 송 장관이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전력이 있어 이 대통령과 농정 기조가 엇갈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은 2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 장관의 유임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농업4법’을 반대한 송 장관의 유임은 농정대개혁을 바라던 농민들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라며 “이 대통령이 약속했던 국가책임농정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면 새로운 인물을 인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최근 시작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쟁점 법안 심사가 송 장관에겐 첫번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앞서 23일 농해수위는 쟁점 농업법안을 대거 상정해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소위로 회부했다.
여기엔 ‘농산물 가격안정제’ 도입 근거를 담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 쌀값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해당 연도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매입하도록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농업재해에 대해 보험료 할증을 제한한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 재해복구비를 재해 발생 전 농가가 투입한 생산비 수준으로 확대해 지급하도록 한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 등이 포함됐다. 지난 정부에서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후 민주당 의원들이 재발의한 법안들이다.
이들 법안의 처리는 이 대통령의 농정공약이기도 하다. 눈은 전 정부에서 거부권 행사를 이끈 송 장관의 입장 변화 여부에 쏠린다.
23일 송 장관은 입장문을 통해 “그동안 쟁점이 됐던 정책이나 법안 등은 새 정부의 국정 철학에 맞춰 적극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다만 이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는 “같은 날 송 장관은 농해수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부작용이 없는 선에서 법안을 검토하겠다’는 조건을 달았다”면서 “어느 정도 절충안이 나올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위에서 논의를 기다리는 법안 중엔 ‘농지법 개정안’도 포함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을 중심으로 전 정부가 추진한 농지규제 완화를 법 개정으로 매듭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농식품부가 여러 이견을 조율해 결실을 볼지 주목된다.
이재효·양석훈 기자 hyo@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