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에게 교실은 선생님과 학생으로 이루어진 공간이다. 다른 누군가에게 교실은 피해자, 가해자, 방관자로 이루어진다.
지난 22일 학교폭력 예방 전문기관 푸른나무재단이 ‘2025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100명 중 3명은 학교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조사됐다. 피해 학생 10명 중 6명은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 증상을 경험했다. 피해로 인한 자살·자해 충동 경험도 10명 중 4명꼴이다. 스무 명 남짓 모여 있는 교실이 5개 있으면 그중 3명은 학교폭력 피해자라는 소리다. 3명이 피해자라면, 가해자와 방관자는 몇명일까.
사진 속 활동가가 쓰고 있는 ‘방관의 탈’은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다. 두 눈은 뚫려 있지만, 입은 막혀 있다. 이들은 무엇을 봤을 것이고, 본 것을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이가영씨(가명)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교실 안에서 제 존재가 점점 작아졌고, 결국엔 저 자신을 숨기며 은둔하듯 지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봤지만 보지 못한’ 방관자의 수가 많아질수록 피해자의 존재는 옅어진다. 기자회견 마지막 순서로 활동가들은 방관의 탈을 벗어 던졌다. ‘갑자기 찾아오는 폭력’을 방관하지 않는 주변인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