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벌여온 15개월 동안 뿜어낸 탄소 배출량이 100개국의 연간 배출량보다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스라엘의 무차별적 전쟁 확장이 막대한 인명 피해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기후 위기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벤자민 네이마크 런던 퀸매리 대학 교수 등이 작성한 ‘기후 전쟁: 이스라엘-가자지구 전쟁의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다기간 연구’에서 이러한 결론을 냈다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고서는 2023년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으로 약 189만tCO2e(이산화탄소환산톤)이 발생했는데 이 중 99% 이상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과 지상 침공으로 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약 30%의 온실가스는 미국이 이스라엘에 약 5만t의 무기와 군수물자를 운송하면서 발생했는데, 이는 주로 유럽에 비축된 물자를 항공기와 화물 선박으로 옮기면서 나온 것이었다. 20%는 이스라엘 항공기의 정찰 및 폭격 임무, 탱크와 기타 군용 차량의 연료, 그리고 폭탄과 포병의 제조 및 폭발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배출량의 40% 이상은 가자지구에 들어가던 약 7만대의 구호 트럭에서 발생했다.
가자지구 전력 생산량의 4분의 1을 차지하던 태양광은 패널과 발전시설이 대부분 파괴되면서 더는 전력 생산을 못하고 있다. 연구진은 가자지구의 전력 공급이 대부분 디젤 연료를 사용하는 발전기에 의존하고 있어, 약 13만t의 온실가스가 배출됐고 이는 전쟁 영향으로 발생한 배출량의 7%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번 연구는 전쟁과 점령으로 발생한 기후 위기에 대한 국가·기업 책임을 묻는 운동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기후 위기는 가뭄과 사막화, 폭염 등 기상 이변으로 중동 지역에서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규모 군사장비가 동원되고 폭격과 공습이 반복되는 전쟁에서는 환경 파괴, 식량 불안정,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할 수밖에 없다.
아스트리드 푸엔테스 유엔(UN) 깨끗하고 건강하며 지속가능한 환경에 대한 인권 특별보고관은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가자지구의 모든 생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기후 변화의 악화로 인해 이 지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딜 이크마이스 팔레스타인 환경품질청 기후변화국장은 “전쟁은 인명을 앗아갈 뿐만 아니라 독성 화학물질을 방출하고, 기반 시설을 파괴하고, 토양·대기·수자원을 오염시키고, 기후 및 환경 재앙을 가속화한다”며 “전쟁의 탄소 배출량을 계산하지 않는 것은 환경 범죄를 회피하고 책임 소재를 가리는 블랙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