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R&D가 새 정부에 거는 기대

2025-06-25

새 정부에 거는 각계각층 기대가 크다. 특히 산업기술계는 이번 정부가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각종 지원 정책을 공약으로 내건 점을 크게 환영하고 있다.

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 4월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산기협)가 1600여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기업은 R&D 활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외부 요인으로 '정부의 R&D 정책 및 예산 변화'를 꼽았다.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으니 정부 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예산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의미다. 또 그만큼 산업계가 새 정부의 정책 실행력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존 과기정책 틀을 유지한 채 예산만 확대하는 방식으로는 이런 기대에 부응하기 어렵다. 지속되는 저성장 기조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정부가 내세운 기술주도 성장을 이루려면 과감한 정책 혁신이 따라야 한다. 기술혁신 주체인 기업이 산업 현장에서 느끼는 제도적 장벽과 부담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정책 구조 전환을 통해 '유연한 실용정부' 청사진을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기업이 R&D 투자에 느끼는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줘야 한다. 중소·중견기업은 투자 여력이 부족하고, 대기업조차 신규 R&D를 보류하거나 축소하고 있는 어려운 현실이다.

현재 대부분의 정부 R&D 지원사업은 사업비 일정 비율 이상을 기업이 부담하도록 하고 있는데, 기술만이 자산인 혁신형 벤처·스타트업에는 이조차 큰 진입 장벽이다. 세액공제 제도 활용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기업의 잠재력에 따라 사업비 부담을 조정하는 '가변형 매칭펀드 제도'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향후 공제 받을 R&D 세액을 사전 환급하거나 다른 기업에 양도·판매할 수 있게 하는 'R&D 세액공제 환급제·거래제'를 도입해 기업이 자금 부담 없이 R&D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과기정책 거버넌스 혁신이 필요하다. 여전히 많은 기업은 정부 정책이 일방향 구조에 머물러 있으며, 민간 제안이 실질적으로 정책에 반영되는 체계가 미흡하다고 느낀다. 산업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가운데 기업 의견이 정책 설계와 운영에 신속히 반영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 분산된 부처 간 R&D 정책을 통합 조정할 수 있는 과기 혁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같은 맥락에서 산업계가 직접 참여해 신기술 개발의 걸림돌이 되는 법·제도를 개선하는 'R&D제도개선 협의체'나 산·학·연·관이 함께 국가 대형 R&D프로젝트를 구상하는 '거대혁신협의체'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특히 고질적인 기술인력 수급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범부처 통합형 인재정책 기구를 도입하는 것도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정책의 지속성과 일관성이다. 본 협회가 주요 기업 기술임원 100인에게 새 정부에 바라는 점을 물었더니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길 바란다'는 당부가 가장 많았다.

기술개발은 단기간에 성과가 가시화되기 어렵기에 긴 호흡의 정책 기조가 뒷받침돼야 한다. R&D는 우리 미래를 결정하는 백년대계다. 새 정부가 기업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기업과 '원 팀'이 돼 현실에 부합하는 정책을 뚝심 있게 추진하길 바란다.

고서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상임부회장 koita9000@koi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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