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금융지주가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동시에 자회사로 품는다. 양사 합병시 총 자산 50조원에 달하는 대형 생명보험사가 탄생해 업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주 8차 회의를 통해 우리금융지주의 동양·ABL생명 자회사 편입을 승인했다고 7일 밝혔다. 회사별 인수 지분과 가격은 △동양생명 75.34%, 1조2840억원 △ABL생명 100%, 2654억원으로 총 1조5493억원 수준이다.
업계는 우리금융이 장기적으로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합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타 금융지주들도 인수 후 합병 방식으로, 회사 규모를 확대한 바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은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를 합병해 신한라이프를 출범했고, KB금융은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을 통합한 KB라이프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이미 '우리라이프', '우리금융라이프' 등 상표를 출원해 둔 상태다. 이번 금융당국 인수심사 과정에서도 두 보험사를 통합하는 방안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작년 말 기준 동양생명 총자산은 34조5776억원, ABL생명은 18조6651억원이다. 양사 통합시 총자산 53조2427억원으로 단숨에 대형 생명보험사 도약이 가능하다. 이는 생명보험 탑3로 불리는 초대형사(삼성·교보·한화) 다음인 신한라이프(59조6178억원), 농협생명(53조2536억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순익으로 봐도 생보업계 상위 5위권 진입이 예상된다. 작년 동양생명 당기순이익은 3102억원, ABL생명 1048억원을 기록해 양사 합산 약 4000억원이다. 같은 기간 농협생명 순이익(2461억원)보다 1500억원가량 높다.
중량급 보험사 탄생이 예고되지만 미래 수익성과 건전성 관리는 우리금융에 숙제가 될 전망이다. 작년말 기준 동양생명은 2조6711억원, ABL생명은 8695억원 보험계약마진(CSM)을 확보해 둔 상태다.
CSM은 지난 2023년 보험사에 도입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주요 지표로 보험사가 향후 거둬들일 이익을 나타낸다. 통상 7~10년간 보험사 이익으로 상각되며, 동양·ABL생명의 경우 CSM이 비슷한 수준 자산을 보유한 신한라이프(7조2268억원)와 농협생명(4조5915억원) 대비 열위한 상태다.
유상증자나 채권발행 등 자본 확충을 위한 노력도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작년말 기준 동양생명 경과조치 전 건전성비율(지급여력·K-ICS비율)은 155.5%, ABL생명이 118.8%를 기록했다. 양사 모두 시장금리 인하와 함께 건전성이 지속 악화되고 있다. 특히 ABL생명은 건전성비율이 최근 완화된 금융당국 권고치(13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신한과 KB에 이어 우리금융까지 보험사를 인수하면서 주요 금융지주들이 생명보험업에서 영역을 확대중”이라며 “동양·ABL생명은 자산이 커 합병시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