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생을 무참히 살해한 초등교사 명재완(여·48)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도 정신감정을 신청했다. 명씨 측은 형 감면을 위한 신청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검찰과 피해자 측은 모두 반대했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김병만)는 26일 오전 10시 232호 법정에서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영리약취 및 유인 등), 공용물건손상, 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명씨의 1차 공판을 심리했다.
이날 명씨 측 변호인은 정신감정 신청 이유에 대해 “명씨의 정신질환·우울증이 이 사건 범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명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엇보다 소중한 가족을 잃은 피해자 유족분들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형을 면하거나 감경하기 위해 정신감정을 신청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상황과 그동안의 삶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실 것을 재판부에 요청드린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피고인은 충분히 일상생활과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고, 인지기능의 손상도 없었다”며 명씨 측 변호인의 정신감정 요청에 반박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범행 이전에 수법·도구를 준비하고, 장소와 대상을 용의주도하게 물색한 명씨의 행동은 심신장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정신과 전문의 의견이 있었으므로 정신감정이 필요하지 않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영리약취·유인)죄의 법정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밖에 없는 중한 사건인 만큼 다음 기일에 정신감정 회부 여부에 대해서 심리하기로 했다. 피해자 김하늘(8)양 아버지의 법정 진술과 검찰이 청구한 전자장치 부착 명령에 대한 심리도 다음 기일에 이뤄진다.
마스크를 쓰고 수의를 입은 명씨는 피고인석에서 재판부가 인적이 맞느냐고 묻자 “예”하고 답했다. 이어 검찰이 김하늘양 살해 관련 범죄사실 등 기소 내용을 밝히자 변호인단이 “맞다”고 했다. 방청석 피해자 유가족들은 검사가 참혹한 공소사실을 읽자 눈물을 흘렸다.
이날 피해자 변호인도 명씨의 정신감정 신청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상남 법무법인YK 변호사는 재판 뒤 취재진과 만나 “수사기관에서 이미 정신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온 만큼 피해자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렵고, 중한 처벌을 면하고자 하는 모습으로 보여 안타깝다”며 “그동안 별다른 연락이 없다가 법정에서 사과 의견을 밝히는 것도 감경을 위한 사과와 반성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명씨의 엄벌을 요구하는 탄원서에 3500명이 서명해 재판부에 제출했다고도 공개했다.

명씨는 지난 2월 10일 오후 5시쯤 대전 한 초등학교에서 돌봄교실을 마치고 귀가하는 1학년 하늘 양을 시청각실로 데려가 직접 구입한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명재완이 가정불화에 따른 소외와 성급한 복직에 대한 후회, 직장(학교)에서 부적응 등으로 분노가 증폭하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하늘양을 유인해 잔혹하게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번 사건이 ‘이상 동기 범죄’로 명재완이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유기불안과 감정조절의 어려움을 겪던 과정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분석했다.
검찰은 명재완이 범행 전 우울증으로 치료받은 전력이 있지만 이번 사건은 명씨의 성격적 특성과 증폭한 분노로 인한 범행으로 정신병력과는 무관하다고 판단했다. 검찰 조사 결과 명씨는 살인을 위해 흉기를 산 뒤 범행이 용이한 장소와 시간대, 자신이 제압할 수 있는 대상을 물색하는 등 철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사흘 전인 2월 7일에는 휴대전화로 ‘살인’ ‘살인 연습’ ‘OOO 찌르기 연습’ ‘초등학생 살인’ ‘살인 계획에 대한 처벌 여부’ 등도 검색했다.

앞서 대전경찰청은 지난 3월 11일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범행의 잔혹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뒤 명씨의 신상공개를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