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해도 노동 현실 회복되지 않아”···조선·화물·건설 노동자의 외침

2025-05-15

윤석열 정부는 노동자들을 대화 상대로 여기지 않았다. 노조가 파업으로 맞서면 ‘불법’ 딱지를 붙였고, ‘카르텔’이란 오명을 씌워 척결해야 할 구태로 삼았다.

윤 전 대통령이 지난 4월4일 파면되고 한 달이 지났지만 ‘노동 탄압 정책’들의 상흔은 현장에 그대로 남아있다. 이 상처들은 언제 아물지 알 수 없다. 오는 6·3 대선에 출마하는 주요 후보들도 아직 노동에는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10대 공약에서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이 7번으로 언급된 정도다.

화물·조선·건설 분야 노동자들은 윤 정부 시절 유독 힘들었다. 2022년 말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유최안씨가 1㎥ 크기의 철제 구조물에 들어가 ‘0.3평 옥쇄투쟁’을 벌이자 정부는 공권력 투입을 운운했다. 그해 말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확대 등을 요구하자 정부는 특수고용직인 화물노동자들에 공정거래법 위반을 적용하고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다음해엔 건설노조를 ‘건폭(건설노조+조폭)’으로 몰아붙였고 양회동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이 목숨을 끊었다.

화물·조선·건설 분야 노동자들을 만나 이들이 차기 정부에 바라는 노동 정책을 들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가 망가뜨린 노동 현실을 회복하는 것이 차기 정부의 숙제”라고 입을 모았다.

박재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정책사무국장은 14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차기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안전운임제 재도입’을 말했다. 안전운임제는 화주-운송사-화물노동자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서 화주가 운송사에, 운송사가 기사에게 주는 운임을 일정액 이상으로 보장하는 제도다. 화물노동자의 ‘최저임금’이라고도 불리던 안전운임제는 2022년 12월31일 일몰기한이 연장되지 않으면서 폐지됐다.

박 국장은 “윤석열 정부가 안전운임제를 폐지하면서 현장 노동자들은 줄어든 임금과 늘어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며 “산업 전반의 민주주의를 위해 안전운임제 재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유최안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조합원은 “윤 정부는 회사가 뭘 하든 용인해주는 현장을 만들었다”며 “탄핵 이후로도 원청이 하청의 피를 빨아먹는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씨는 “노동조합법 2·3조를 개정해 노동자는 진짜 사장님과 교섭할 수 있도록 하고 정규직의 절반도 안 되는 임금을 동등하게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멩종안 민주노총 건설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윤 정부가 건설노조를 ‘불법단체’로 낙인찍으면서 기존 단체협약들마저 무용지물이 됐다”며 “외국인을 불법 고용 구조를 없애고 다단계 하도급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건설 업계는 무너지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대선 후보들에 대한 실망감도 드러냈다. 유최안씨는 “정책을 이행하겠다는 의지가 있으면 당장 내일이라도 당사자를 만나 논의해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이 없으니 (차기 정부에 대한) 기대감도 낮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국장도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윤 정부의 노동 퇴행에 일조한 인물”이라며 “주요 후보들의 향후 노동 공약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이 원하는 것은 ‘노동과 성장이 함께가는 사회’다. 멩 부위원장은 “아무리 경제가 발전하고 임금이 올라간들 노동자들이 스스로 일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사회적으로 존중받지 않으면 누구도 행복할 수 없다”며 “노동은 단순히 개개인의 먹고사는 문제가 아닌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소중한 일이라는 인식을 만드는 것이 차기 정부의 몫”이라고 말했다. 박 국장은 “대부분 후보가 경제성장을 이야기하는데 노동 없이 성장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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