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산업 전반의 책임경영과 건설안전 강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건 가운데, 반복 사고와 안전 시스템 부실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는 오는 7월부터 책임구조도 평가를 통해 제도적 실행력을 본격 점검할 계획이며, 현산 사례가 공약 실효성 판단의 첫 기준이 될 전망이다.
HDC현산은 지난 2022년 광주 학동4구역 철거 현장 붕괴 사고에 이어, 2023년 광주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로 건설안전 이슈의 중심에 섰다. 두 사고 모두 사상자를 낸 대형 사고로 기록되며 현산의 안전 시스템 부실이 공론화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러한 상황에서 ▲건설현장 안전강화 ▲사고 발생 시 CEO 보수 환수 ▲징벌적 과징금 부과 등을 포함한 책임경영 체계를 공약으로 제시하며 강도 높은 건설산업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HDC현산은 여전히 구조적 개선 움직임이 더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산 이사회 내 건설·안전 전문가 비율은 5명 중 1명에 그치며, 사고 이후 구성됐던 안전보건위원회도 실질적 기능을 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학동 사고로 8개월, 화정 사고로 1년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지만 현산은 잇따라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내며 처분 효력을 일시 중단시키는 대응에 주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입주 예정자와 시민단체의 반발은 거세졌다. 피해자 모임과 시민단체는 정부에 “책임경영 공약을 형식이 아닌 실행으로 보여달라”고 촉구하고 있으며, 현산의 민원 대응 방식과 내부 개선 속도에 대한 실망감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도 대응 고삐를 죄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금융감독원은 7월부터 건설사 책임구조도 제출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책임구조도는 CEO 이하 이사회·실무 조직까지 안전 책임 체계를 문서화하고, 실제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제도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산처럼 반복 사고가 있었던 기업에 대해서는 단순 문서 제출을 넘어, 내부 회의록·시행 내역·재발 방지 프로그램 운영 여부까지 종합적으로 확인할 것”이라며 “이재명 정부 공약 실효성의 첫 시험대는 바로 이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 역시 금융권에서 운영 중인 책임구조도 평가 체계를 건설 분야에도 도입하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건설사 CEO 및 이사회의 실질적 책임경영 체계 구축 여부를 주요 점검 사항으로 삼고 있으며, 반복 사고·영업정지 사례가 있는 기업에 대한 심층 평가를 예고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HDC현산은 책임구조도 제출 이후 정부·금감원·지자체의 평가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행정 처분과는 별도로 공약에 근거한 추가 징계 논의의 시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또 “이번 사례는 단순히 한 기업 문제를 넘어 건설산업 전반의 안전 시스템 개혁이 실행 단계로 넘어가는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현재 현산 내부에서는 안전 규정 보강, 이사회 구성 개편, 외부 전문가 영입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사고 이후 2년이 경과했음에도 가시적 변화는 적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의 책임구조도 평가 결과는 향후 건설산업 전반에서 책임경영과 안전문화 정착 여부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HDC현산 사례가 정부 공약의 실효성 여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