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집콕 군고구마’ 수요 급증…조리 안전, 여전히 사각지대
겨울철 인기 간식 1순위로 꼽히는 고구마가 조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제철은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지만, 실제 소비 시장에서는 저장 기술 발달·신품종 개발·기후변화가 동시에 영향을 미치며 수요와 공급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한편 겨울 군고구마 열풍 속 전자레인지 조리로 인한 화재 사고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고구마 재배 환경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이상고온과 국지성 폭우가 반복되면서 재배 면적이 전년 대비 5~10% 줄었다.
그러나 공급 감소에도 가격 상승은 미미했다. 소비 둔화가 맞물리며 ‘수급 불균형’이 발생한 탓이다.
◆신품종 경쟁 본격화…전분·수분 구조가 달라진 고구마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품종은 ‘베니하루카’로, 단단한 조직과 강한 단맛·밤향을 특징으로 한다.
반면 호박고구마 계열인 ‘안노베니’는 속살이 진한 노란빛을 띠고 꿀에 가까운 풍부한 단맛으로 마니아층이 두텁다.
최근에는 국내 개발 신품종 ‘호풍미’가 존재감을 키우며 판도를 흔들고 있다. 호풍미는 전분 구조가 달라 수분감이 높고 목 넘김이 부드러워 ‘물 없이도 잘 넘어가는 고구마’라는 별명이 붙었다.
젊은 층 소비자들은 “목 막힘 없는 고구마” “촉촉한 군고구마”라는 포인트에 특히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품종별 전분 구조 차이가 식감과 단맛을 좌우한다”며 “호풍미는 조리 과정에서 수분이 급격히 빠지지 않아 부드러운 식감을 유지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밤고구마 계열은 찌는 방식이 더 잘 맞고, 안노베니 같은 고당도 품종은 오븐 조리 시 표면 당이 카라멜화되며 깊은 향미가 살아난다”며 “목적에 따라 품종을 고르기만 해도 ‘맛의 격차’가 크게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7~11월 출하, 5~6월까지 판매…저장 기술이 바꾼 시장 구조
고구마 출하 시기는 7월 말부터 11월 초까지다. 하지만 소비자가 실제로 접하는 물량의 상당수는 이듬해 봄까지 저장고에서 관리된 고구마다.
저장 기술 고도화가 고구마 시장의 ‘성수기’를 실질적으로 늘려 놓은 셈이다.
온도·습도·통풍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CA저장(Controlled Atmosphere) 시설이 확대되면서 다음 해 5~6월까지도 품질 편차 없이 유통이 가능해졌다.
농산물 유통 전문가는 “과거에는 저장 기간이 길어질수록 품질 차이가 컸지만, 최근 기술 발전으로 사실상 연중 안정 공급이 가능해졌다”며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힌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올해 생육 환경 악화로 수확량이 줄어 저장 물량도 제한적”이라며 “12월 이후에는 품질 격차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후 변화, 저장 작물에도 충격…‘고구마 스트레스’ 현실화
올해 여름의 극한 고온, 특정 지역의 폭우는 고구마 생육에 직접적인 스트레스를 줬다.
고구마는 토양 수분이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하는데, 과습과 건조가 반복되면 성장 속도가 저하되고 비대와 품질이 떨어진다.
기후변화는 노지 재배 작물에 큰 영향을 준다. 고구마 역시 예외가 아니다. 앞으로 더 높은 변동성을 고려한 재배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군고구마 먹다가 집이 타요?”…겨울마다 반복되는 충격 실수
겨울이 깊어지면 자연스레 군고구마 찾는 이들이 늘어난다.
에어프라이어·오븐·전자레인지 등 가정용 기기로 간편하게 즐기는 문화가 확산됐지만, 안전사고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은박지(알루미늄 호일)를 전자레인지에 넣는 행동은 대표적인 위험 사례다.
일본 경제산업성도 최근 “전자레인지에 금속류를 넣을 경우 스파크 발생으로 화재 위험이 급격히 증가한다”고 경고했다.
전자레인지에서 호일이 위험한 이유는 전자레인지는 마이크로파로 물 분자를 진동시켜 음식을 데우는 방식인데, 금속은 이 전자파를 강하게 반사한다.
반사 과정에서 스파크(불꽃)이 발생하고, 이 불꽃이 음식·벽면으로 번지면 실제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전자레인지·금속의 조합은 절대 금물”이라며 “‘잠깐이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사고로 이어진다. 군고구마는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가 훨씬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포장된 고구마를 데울 때 은박지를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며 “금속류는 크기와 두께를 막론하고 전자레인지에서는 모두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과거 고구마는 단순한 겨울 간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기후 변화로 변동성이 커진 작물 △저장 기술이 시장 구조를 뒤바꾼 식품 △품종별 경쟁이 치열한 품목 △소비 패턴에 따라 선호도가 재편되는 식재료로 변화하고 있다.
올겨울 고구마 한 개를 선택할 때도 ‘맛’뿐 아니라 품종, 조리법, 안전까지 고려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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