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날에는 별자리, 과거에는 혈액형이 있었다면 최근에는 MBTI가 있다. 이제 이상형을 판단하는 잣대는 ‘호르몬’을 분석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와 비슷한 느낌으로 지금 유행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에겐’과 ‘테토’. 이를 성별로 구분해 붙이면 ‘에겐남’ ‘에겐녀’ 그리고 ‘테토남’ ‘테토녀’가 된다.
‘에겐’은 ‘에스트로겐(estrogen)’의 준말로 여성의 성호르몬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남자와 여자 모두 갖고 있지만, 여성에게 좀 더 많다. 이차 성징에 영향을 끼친다. 이 용어가 성격을 정의하는 용어가 되면 감성적이고 공감이 중요하며, 내향적인 성향을 의미한다. 남녀 관계에 있어서도 감정교류를 중요시하며 수동적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테토’는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의 준말로 남성의 성호르몬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생식기관과 근골격 크기, 체모 성장 등 이차 성징 촉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분이나 행동 등에 관한 건강과 행복을 좌우하기도 한다. 이를 성격적으로 적용하면 직진성, 추진력, 외향성 그리고 행동 중심적이며 능동적인 성향을 의미한다.
‘에겐’ 스타일의 남녀가 ‘에겐남’ ‘에겐녀’가 되고, ‘테토’ 스타일의 남녀가 ‘테토남’ ‘테토녀’가 된다. 여성보다는 남성에서 이러한 호르몬적 스타일의 차이가 조금 더 극명하기에 각종 대중문화 콘텐츠에서도 ‘에겐남’이냐 ‘테토남’이냐가 그 구분이 좀 더 흥미롭다.
지금 방송 중인 드라마에서 가장 ‘에겐남’ 스타일에 가까운 이들은 누구일까. 적용해보자면 SBS 금토극 ‘우리영화’의 이제하(남궁민), tvN 월화극 ‘견우와 선녀’의 배견우(추영우) 그리고 디즈니플러스 ‘파인:촌뜨기들’의 오희동(양세종) 등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반대로 ‘테토남’의 스타일은 tvN 주말극 ‘서초동’의 안주형(이종석), SBS 주말극 ‘굿보이’의 윤동주(박보검), KBS2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의 이번(옥택연)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에겐남’과 ‘테토남’의 대결은 요즘 안방극장을 보는 재미 중 하나다.
‘에겐남’들의 공통점은 섬세함이다. ‘우리영화’ 이제하는 상대역 이다음(전여빈)의 말을 묵묵히 듣고 평가하고, 다정하게 비를 같이 맞는다. ‘견우와 선녀’ 배견우는 자신을 따라다니는 액운 때문에 가시 돋친 말과 행동을 하지만 박성아(조이현)의 우연한 손깍지에 크게 당황한다. ‘파인:촌뜨기들’ 오희동은 마음에 둔 선자(김민)에게 퉁명스러운 듯 스카프를 선물한다.
‘테토남’들의 공통점은 저돌성이다. ‘서초동’ 안주형은 10년 만에 만난 강희지(문가영)에게 “예쁜 건 지금도 예쁘다”며 직진 멘트를 한다. ‘굿보이’ 윤동주는 화가 나는 상황이 있으면 앞뒤 재지 않고 돌격한다.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의 이번 역시 자신이 정한 정혼자는 끝까지 집착한다.
연출자들은 ‘에겐남’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성격의 이다음, 박성아, 선자 그리고 양정숙(임수정) 등의 ‘테토녀’를 붙여 조화를 꾀한다. 안주형, 윤동주, 이번의 옆에는 상대적으로 ‘에겐’의 성향이 있는 강희지, 지한나(김소현), 차선책(서현)을 붙인다.
결국 ‘에겐’과 ‘테토’, 이 호르몬의 조화로운 흐름이 지금 드라마 흥행을 주도한다. 과연 2025년 7월 펼쳐질 ‘호르몬 전쟁’, 이 경쟁의 승자 곧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앞선 작품은 무엇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