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파적인 한줄평 : 현실의 비현실화는, 한끗차이.
스릴러는 줄을 잘 타야 한다. 현실적인 이야기가 비현실처럼 느껴지는 건 한끗차이다. OTT플랫폼 넷플릭스 새 영화 ‘84제곱미터’(감독 김태준)가 극성 강한 장치 몇 가지 떄문에 현실성을 자칫 놓칠 뻔 했다.
‘84제곱미터’는 84제곱미터 아파트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영끌족 우성(강하늘)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층간 소음에 시달리며 벌어지는 예측불허 스릴러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로 호평 속에 데뷔한 김태준 감독의 두번째 작품으로, 강하늘, 염혜란, 서현우 등이 함께한다.

잘 짜인 뼈대에 과한 장치가 들어갔을 때 느껴지는 이질감이, 이 안에도 있다. 아파트를 둘러싼 빈부격차와 청년세대의 상대적 박탈감을 ‘층간소음’이란 소재에 섞어 공감대 형성에 성공한다. 이른바 ‘영끌’(영혼 끌어모으기)로 겨우 매매한 아파트에서 매일 밤 견딜 수 없는 층간소음이 이어진다면 어떨까라는 상상에서 시작된 이 이야기는 ‘우성’이 층간소음의 원인을 찾아가는 중반까지는 보는 이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데에 성공한다.
그러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겠다는 의욕이 작품에 대한 흥미를 식게 한다. ‘우성’이 의심을 받기 시작한 중반 이후부터 반전을 위한 장치들이 드러나는데, 이것의 설정들이 과하거나 현실적이지 못하게 비친다는 점이 문제다. 특히 우발적인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그 배후가 밝혀지는 과정은 작위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다.
배우들의 앙상블은 작품의 강점이다. 강하늘은 ‘짠내’나는 영끌족 청년을 100% 구현해내고, 이후 층간소음으로 피폐해져가는 과정까지 디테일하게 쪼개 표현한다. 간혹 어리석은 선택을 해도 ‘우성’이 안쓰럽게 보이는 건 강하늘만의 건강한 매력 덕분이다.
염혜란은 속을 알 수 없는 동대표 ‘은화’로 분해 관객과 심리싸움에 나선다. ‘폭싹 속았수다’ 속 ‘광례’는 온데간데 없고, 의뭉스러운 ‘은화’로서 극 중 임무를 훌륭히 소화한다. 조력자와 빌런 사이 어딘가를 점하는 ‘진호’ 역의 서현우도 염혜란과 함께 ‘강하늘의 내돈내산 집 마련기’에 긴장감을 더한다. 세 사람의 연기 밸런스 역시 과하거나 덜함이 없다. 오는 18일 넷플릭스 공개.
■고구마지수 : 2.3개
■수면제지수 : 2.5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