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O리그는 지난해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을 놓고 홍역을 앓았다. 몇몇 선수들을 중심으로 ABS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나왔다. 내년 ABS 도입을 고심 중인 미국 메이저리그(MLB) 역시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사이영상 출신 투수 코빈 번스(애리조나)는 “ABS에도 오차가 있더라. 많은 선수가 그걸 모르고 있다”고 했다. 번스는 지난 1일(현지시간) 열린 MLB 공동경기위원회 회의에서 이같이 말하며 “ABS 오차범위가 0.5인치(약 1.27㎝)나 된다. 100% 정확한 시스템도 아닌데 왜 20년 이상 홈 플레이트 뒤를 지켰던 심판들의 일을 빼앗으려고 하느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MLB 사무국 측은 즉각 반론을 제기했다. 1.27㎝는 ‘과장된 수치’라는 것이다. 마이너리그에서 시범 운용 중인 ABS의 오차 중앙값은 0.43㎝라고 했다. 오차가 발생하더라도 대부분 0.43㎝ 이하라는 것이다. 번스가 말한 1.27㎝ 오차가 발생할 확률은 1% 이하라고 했다. 공 100개 중 1개꼴로 그 정도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KBO도 선수들의 불만이 이어지자 지난해 5월 ABS 정확성 테스트를 진행하고 결과를 공개했다. 당시 KBO는 9개 구장 ABS 실측 결과 오차 중앙값이 0.45㎝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사실 종목을 불문하고 전자장비를 통한 판독 시스템 중 100% 정확한 기술은 아직 없다. 스포츠종합매체 디어슬레틱은 “테니스에서 인·아웃을 판독하는 호크아이 시스템은 0.35㎝ 정도 오차를 허용한다. 축구에서 쓰는 골 라인 판정 시스템도 0.2㎝ 정도 오차가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전자장비 판독 시스템을 도입한 건 사람보다는 정확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KBO나 MLB 역시 같은 입장이다. 모건 소드 MLB 부사장은 “어떤 시스템도 완벽하지는 않다. 그러나 지금 시스템보다는 나을 수 있다. 그게 선택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2022시즌부터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ABS를 시범 운용했다. KBO리그처럼 모든 판정을 ABS에 맡기는 시스템은 아니다. 심판이 일단 판정을 하고, 선수가 이의를 제기하면 ABS로 판독하는 ‘챌린지’ 방식이다. 팀마다 1경기에 2차례씩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판정이 번복되면 챌린지 기회가 유지된다. 이르면 내년 시즌부터 MLB 경기에도 챌린지 형식의 ABS가 도입될 전망이다.
다만 선수들의 불만이 작지 않은 만큼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시카고 화이트삭스 외야수 오스틴 슬레이터는 디어슬레틱 인터뷰에서 “사람 심판도 당연히 오차가 있다. 기계 오차가 그보다 더 크냐 작으냐가 중요하다”면서 “선수들은 ABS가 경기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충분히 숙고해야 한다.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성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스템인데 당연히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