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책준' 1심서 신탁사 전액배상 판결…1조6000억 소송 리스크 현실화 우려

2025-05-30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책임준공형 신탁)’ 사업장에서 준공 기한을 지키지 못한 신탁사가 대주단에 대출 원금과 연체 이자를 모두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부터 책임준공 사업을 둘러싸고 손해배상 소송이 잇따른 가운데 나온 첫 번째 판결이다. ‘신탁사가 어디까지 배상 책임을 져야 하느냐’에 대해 법원이 대출 원금 배상을 명령하면서 신탁업계에 소송 리스크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신탁사의 책임준공 미이행 대출금 잔액이 1조 6000억 원에 달해 줄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30일 개발 업계에 따르면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3부는 경기 평택시 어연리 물류센터 신축 사업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주단이 신한자산신탁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신한자산신탁이 새마을금고에 대출 원리금 전액 256억 원 및 연체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앞서 2022년 신한자산신탁은 경기도 평택시 청북읍 어연리 244-16번지에 짓는 연면적 1만 8588㎡ 규모의 물류센터에 대해 책임준공형 신탁을 대주단에 약속했다. 책임준공형 신탁은 건설사가 약속한 기한 내에 공사를 마치지 못하면 신탁사가 금융 비용 등 모든 책임을 떠안는 일종의 보증 상품이다. 하지만 책임준공 기한인 지난해 3월 내 준공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자 이 사업에 자금을 댄 23개 새마을금고 등 대주단은 지난해 4월 신한자산신탁에 대출 원리금 전액과 연체 이자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이번 판결은 책임준공 신탁 방식으로 진행된 부동산 개발 사업에서 신탁사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신한자산신탁·KB부동산신탁·우리자산신탁 등 주요 신탁사들이 책임준공 의무 미이행으로 당한 소송은 현재 약 13건에 달한다.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건설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이 줄도산하면서 책임준공 미이행 사업장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소송에서 대주단은 신탁사의 원리금 전액 보상을, 신탁사는 실제 손해액(연체 이자)만 배상해야 한다는 논리를 피고 있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서 법원이 신탁사의 책임 범위를 PF 원리금으로 판단하면서 다른 소송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나아가 아직 소송이 제기되지 않은 책임준공 미이행 사업장에서 소송이 물밀듯 제기될 수도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KB부동산신탁·교보자산신탁·대신자산신탁·한국투자부동산신탁·한국토지신탁·대한토지신탁·코람코자산신탁 등 7개사의 책임준공 미이행 사업장 수는 43개, PF 잔액은 1조 6000억 원에 달한다.

신탁사들은 유사한 판결이 이어질 경우 추가 충당금 적립 압박으로 재무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안 그래도 신탁사들은 책임준공 의무 이행을 위해 신탁 계정대(회사 고유 계정에서 빌려주는 자금)를 늘려왔다. 그 결과 국내 14개 신탁사들의 신탁 계정대는 지난해 12월 7조 7016억 원으로 2023년 12월(4조 8551억 원) 대비 3조 원 가까이 급증했다. 여러 악재가 겹치며 지난해 4분기 14개 신탁사들이 기록한 적자는 총 4055억 원에 이르렀다.

건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중소 건설사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책임준공형 신탁 사업은 주로 신용보강 역량이 약한 중소 건설사가 PF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사다리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중견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신탁사들이 책임준공형 신탁 사업을 하는 것은 극도로 어려워질 것"이라며 “안 그래도 중견사들은서울 정비사업 등 대부분 사업에서 대형사에 밀리는데 PF 사업에서도 대형사 편중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한자산신탁은 2심에서 법원의 판단을 다시 구할 예정이다. 신한자산신탁의 한 관계자는 “책임준공 사업과 관련해 1100억 원 가량의 충당금을 쌓아놓은 상태인 만큼 다른 소송에서 모두 패소하더라도 더 충당해야 하는 돈은 150억 원에 불과하다"며 "이번 물류센터는 준공이 완료된 상태여서 향후 적정 가격에 매각해 손실을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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