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테이시
지피 지음
강희진 옮김
북레시피
승승장구하던 시나리오 작가 지아니는 인터뷰에서 무심코 내뱉은 발언으로 SNS 이용자들의 무차별 공격을 받는다. 최근 어떤 꿈을 꾸었냐는 질문에 ‘스테이시’라는 이름의 여성에게 범죄를 저지르는 꿈을 꿨다고 답한 것. 팬들은 물론 친구라고 믿었던 동료들까지 등을 돌리고 지아니는 하룻밤 사이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래픽 노블 『스테이시』의 주인공 지아니의 이야기는 이탈리아의 이름난 만화가인 저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는 2021년, 미투 운동의 구호였던 ‘Believe all women(모든 여성을 믿어라)’을 풍자한 만평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가 문화계에서 매장당했다. 은퇴 선언 2년 후 내놓은 복귀작 『스테이시』는 SNS에서 벌어지는 집단 공격, ‘캔슬 컬처’가 개인에게 어떤 트라우마를 남기는지를 그린, 일종의 자기 고백이다.
흑백의 날카로운 그림체는 작품이 담고 있는 황량한 주제를 부각한다. 서서히 무너져가는 지아니의 독백은 SNS에 넘쳐나는 수많은 ‘저격 글’을 되돌아보게 한다.
저자는 그래픽 노블 『전쟁 이야기를 위한 노트』로 2006년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2관왕에 올랐고, 『하나의 이야기』로는 만화책 최초로 이탈리아 주요 문학상인 스트레가상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