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이제야 터 파는데…中은 거미줄 초고압망 42개나 갖춰

2025-08-12

8일 방문한 전북 장수군 노하리에 위치한 신장수변전소 건설 현장에서는 축구장 2.5개 규모 부지의 터를 고르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변전 용량 200㎹A 규모이던 기존 장수변전소 옆에 2026년 10월까지 500㎹A짜리 변전소를 새로 짓기 위한 기초 공사다. 현장 관계자는 “현재 설비만으로는 무주·장수·진안 일대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를 다른 지역으로 송·변전하기 힘들다”며 “신장수변전소 건설 사업이 마무리되면 인근 지역에 전력을 원활히 공급하는 것은 물론 여기에서 만든 전력을 수도권까지 보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2031년에서 2038년 사이 에너지고속도로가 구축되기 전 신장수변전소가 전력망의 숨통을 틔우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신장수변전소에 연결되는 345㎸ 송전망은 신옥천변전소와 연계돼 수도권까지 계통이 연결돼 있다.

이재명 정부는 전국 에너지고속도로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송전망이나 변전소 부지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아 실행까지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반면 중국에서는 대규모 전력망이 척척 깔리고 있다. 중국국가전력망공사(SGCC)는 최근 쓰촨성 진사강 상류와 후베이성을 잇는 800㎸ 특고압(UHV)망 건설 공사가 마무리돼 곧 상업운전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 송전망 하나의 길이만도 1901㎞로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설치된 초고압송전망 총길이의 5.6배에 육박한다. 진사강 상류~후베이 송전망은 중국 특고압 전력망 중 처음으로 수력·태양광·풍력 등 청정에너지로 만든 전력만 송전하게 될 예정이다. 창장강 상류의 일부인 진사강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바이허탄댐을 비롯해 대형 수력발전소가 잇따라 건설됐고 쓰촨성과 티베트 고원 일대의 히말라야 산맥 자락에는 방대한 규모의 태양광발전 및 풍력발전소가 설치돼 있다. 진사강 상류~후베이 송전망은 여기에서 만든 전력을 인구와 산업이 밀집한 동부 지역으로 옮기는 역할을 맡는다.

중국에는 이와 같은 대규모 특고압 송전망이 벌써 42개나 설치됐다. 가장 긴 송전망은 신장웨이우얼자치구 고비사막 태양광발전소의 전력을 안후이성으로 보내는 1100㎸ 노선으로 길이가 3324㎞에 달한다. 화북 지방의 풍부한 석탄 에너지와 티베트·히말라야·고비사막의 넘치는 수력·풍력·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해 2008년부터 특고압 전력망 구축에 전력을 쏟은 결과다. 대규모 전력망을 갖춘 덕에 중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중국의 태양광발전 설비 용량은 2012년까지만 해도 3.1GW에 불과했으나 2024년에는 840GW로 급증했다. 지난해 한 해 추가된 태양광 설비 규모만 해도 277GW로 우리나라 총 발전 설비 규모(153GW)를 뛰어넘었다. 풍력 발전 설비 역시 2012년 47.1GW에서 2024년 510GW로 뛰었다. 이에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4년 세계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서 “지난 10년간 새로 발생한 전기 수요의 3분의 2는 중국발”이라며 “오늘날 에너지와 관련된 거의 모든 이야기들이 본질적으로 중국과 관련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이 이처럼 질주하는 동안 한국은 전력망 분야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력망 구축의 중요성을 뒤늦게 깨닫고 지난해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입법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전력망 건설 속도가 충분하지 않다는 내용이다. 새 정부는 U자 형태의 에너지고속도로 구축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남해안·동해안 초고압직류송전(HVDC) 송전망은 계획조차 없는 형편이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내용이 반영된 서해안 HVDC 역시 2038년까지 만든다는 구상만 나왔을 뿐 구체적인 입지와 건설 방식은 아직 미정이다.

전력망 건설 계획이 구체화된다 해도 계획대로 공사가 진행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는 것이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의 중론이다. 전력 설비 공사가 진행될 때마다 어김없이 지자체와 주민 반대가 따라붙기 때문이다.

실제 2022년 마련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됐던 주요 송전망 공사 31곳 가운데 공사가 정상적으로 준공된 사례는 5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발전소를 만든다거나 송전망이 지나간다는 소문만 들리면 지역 주민들이 보상 단가가 높은 과실수부터 심고 본다”며 “설비 건설보다 주민과 지자체 동의를 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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