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도발? 이렇게 격추한다…나란히 불 뿜은 서애·율곡·왕건함

2025-11-10

'뻥-! 뻥-!'

10일 오전 11시 40분쯤, 경북 포항 동방 70여㎞ 공해상. 해군의 이지스구축함 서애류성룡함(DDG·7600t급)의 5인치 함포가 짙푸른 바다를 향해 불을 뿜었다. 함교의 윙 브릿지에 선 기자의 발끝에 진동이 느껴질 만큼 쩌렁쩌렁한 사격 소리와 함께 함포의 탄피 배출구에서 127㎜ 포탄의 탄피 15개가 순식간에 갑판 위로 우수수 떨어졌다.

이날 해군 최정예 함대인 기동함대사령부의 첫 함대급 훈련이 진행되고 있었다. 서애류성룡함을 필두로 일렬로 늘어선 선 율곡이이함(DDG·7600t급), 구축함 왕건함·강감찬함(DDH-2·4400t급)이 동시 다발적으로 함포를 쐈다. 8㎞ 거리의 정동쪽 방향 해상 표적지에 포탄 60여 발이 꽂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해군에 따르면 이날 훈련은 올해 2월에 창설한 기동함대사 예하 부대의 작전 수행 능력을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9일부터 11일까지 동·남해상에서 3일 간 주·야간 구분 없이 진행된다. 해군이 보유한 네 척의 이지스함 가운데 세 척(서애류성룡함·율곡이이함·정조대왕함)이 참여하고, 구축함 2척과 군수지원함인 천지함·대청함(AOE-1, 4200t급) 등 함정 7척을 동원했다. 이 정도 규모 훈련은 해군 역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8200t급 이지스함 정조대왕함은 아직 전력화 전이지만, 내달 초 실전 배치를 앞두고 있어 참가했다. 실제 작전 중인 이지스함 세종대왕함만 훈련에서 제외됐다.

특히 이번 훈련은 해군 창설 80주년(1945년 11월 11일)에 맞춰 진행된 측면도 있었지만, 북한이 지난 7일 한반도 전역을 겨냥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한 것에 대한 경고 성격도 있다. 기동함대사는 이런 함대급 훈련을 연례적으로 실시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날 오전 해상기동헬기 UH-60를 통해 포항 공해상에 떠 있던 서애류성룡함에 착함하니 승조원들의 얼굴엔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OO함, 방위 각도를 좀 더 맞춰봐. 너무 가깝게 붙었잖아."

이날 오후, 김인호(해군 소장) 기동함대사령관은 갑판 위에서 함내 지휘망 등을 통해 전술 기동훈련 작전을 진두지휘했다. 훈련은 7척의 함정이 다이아몬드 형태의 대형을 신속하게 갖추는 식으로 진행됐다. 함정유·탄약 등을 구비한 군수지원함을 이지스함·구축함이 둘러싸는 형태다. 통상 미국의 항공모함 전단이 항모를 보호하기 위해 취하는 대형인데, 이는 해군이 2030년대 후반 도입할 예정인 3만t급 '한국형 유·무인 전력 모함'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한다. 향후 한국이 원자력추진잠수함(SSN)까지 보유하게 된다면 이 역시 기동함대사의 전력으로 배속·활동할 가능성이 크다.

이어 서애류성룡함의 지휘통제실(CCC)에선 북한의 항공기가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빠르게 남하하는 상황을 가정한 모의 전투도 진행됐다. 콘솔 화면에서 가상의 적기가 대함 유도 미사일 수 발을 발사하자, 함장의 지시에 따라 대공전 조정관 등이 'SM-2' 요격 미사일 두 발씩을 각각 발사했다. 훈련은 적기와 유도미사일을 모두 격추시키는 것으로 종료됐다.

기동함대사는 해군의 1·2·3함대 사령부와 달리 관할 해역을 특정하지 않고 전 해역을 누비는 부대다. 이지스함 등 해군의 핵심 전력을 전·평시 유연하게 작전 통제하기 위해 도입했다.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와 대량응징보복(KMPR)을 주로 맡고 있으며, 향후 원잠 도입시 킬 체인(Kill Chain·선제 타격) 전력까지 갖추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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