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도 귀한 생명…함께 걷는 길이 곧 수행"

2025-11-16

지난달 말 경기 남양주시에 있는 봉선사에서는 ‘반려견과 함께하는 선명상 축제’라는 이색 행사가 열렸다. ‘모든 생명은 존귀하다’는 불교의 가르침을 현대사회에 되살리기 위한 이 행사는 봉선사의 주지인 호산스님이 주도했다. 호산스님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500만 명을 넘을 정도로 늘었지만 어떤 이들은 반려동물을 귀중한 생명체로 대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파 생명 존중의 가치를 되새기고 싶어 반려견과 함께 걸으며 명상을 하는 행사를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조계종 제25교구 본사인 봉선사는 반려견 출입이 가능한 사찰이다. 이곳에는 호산스님이 키우는 쿠니(차우차우와 풍산개의 믹스견)를 비롯해 방문객들이 데려온 강아지들이 자유롭게 경내를 돌아다닌다. 그는 “내 강아지가 귀하면 남의 강아지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게 생명 존중의 첫걸음”이라며 “어떤 신도들은 절에 와서 기도문에 반려견의 이름을 넣기도 하는데 이처럼 강아지도 가족의 일원으로 살아가니 당연히 축복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산스님은 누구든지 반려견과 함께 언제나 봉선사를 찾아 산책과 명상을 즐기라고 사찰을 활짝 개방했다. 반려견과 함께 걷는 것은 단순한 산책이 아니다. 그는 “반려견이 직접 명상을 하지는 않지만 반려인의 마음과 행동이 에너지로 전달된다”며 “평소처럼 걷더라도 강아지를 소중한 하나의 생명체로 여기면서 걸으면 그것이 곧 수행”이라고 말했다.

사람과 동물의 관계에 대해 묻자 호산스님은 “사람들은 자신이 동물을 지배한다고 생각하는데 과연 우리 인간이 동물보다 월등한 존재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며 죽비를 내려쳤다. 그는 “강아지의 경우 주인에게 절대적인 믿음과 충성심을 보이는데 사람은 배신도 하고 남을 해치기도 한다”며 “이렇게 보면 동물이 우리보다 낫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모든 생명을 차별하지 않고 평등하게 보는 눈, 그것이 수행의 핵심”이라며 “반려견을 통해 그 마음을 배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수행”이라고 덧붙였다.

호산스님은 생명 존중 정신을 사회로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자기 정화’가 먼저라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 인공지능(AI) 시대라 뭐든 기계가 대신하지만 자기 자신을 정화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며 “자신을 정화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모든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은 어렵지 않게 자신을 정화하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현대인들이 반려동물을 많이 키우는 이유를 위안을 얻기 위함이라고 분석하는 호산스님은 “사람은 동물을 통해서도 위안을 얻을 수 있는데 그 위안이 단순한 감정 교류에 그치지 않고 자비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려동물을 돌보며 생명 존중의 마음을 배우고 그 자비심이 다른 사람에게 확산되는 것을 보면 결국 사람과 동물은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호산스님은 현대인들이 진정한 행복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요즘 사람들은 모두 경제에만 몰입해 있어 더 높이 올라 더 많이 벌려고 하지만 그게 행복의 전부는 아니다”라며 “경제력이 약한 나라의 국민들이 우리보다 더 행복감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있는 것처럼 너무 앞만 보며 가지 말고 힘들면 잠시 쉬면서 ‘나에게 행복은 무엇일까’를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현대인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디지털의 노예가 돼가고 있어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때로는 전기가 끊긴 블랙아웃처럼 디지털을 내려놓고 아날로그로 잠시 돌아가보는 것도 좋다”고 당부했다. 이어 “하루에 잠시라도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가족과 대화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산이나 강·바다를 찾아 자연을 느껴볼 것을 추천한다”며 “집착을 내려놓은 것을 불교에서는 ‘방하착(放下着)’이라고 하는데 내가 의지하고 있는 디지털에 대한 집착을 놓아보면 마음이 훨씬 가벼워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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