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원 참사 이후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이 국가안보실과 대통령비서실이 통합 운영해온 “국가 위기관리 컨트롤타워” 기능을 분리한 정황이 내부 문건을 통해 확인됐다. 재난 대응 업무에서 안보실 역할을 제한하고 비서실이 주도하게 설정하며 그 업무는 ‘대통령 보좌’ 수준으로 축소했다. 참사 직후 대통령실의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이 미비했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기능을 약화하는 방향을 선택한 것이다.
2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당 간사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통령기록관에서 제출받은 대통령실 내부 문건을 보면, 대통령실은 2023년 3월 당시 윤 대통령의 결재를 거쳐 ‘국가 위기관리 기본지침’을 개정했다. 지침은 국가 위기관리의 개념·방향·기준을 제시하는 정부의 최상위 문서다. 대통령 훈령이지만 그간 국가 안보를 이유로 비공개돼왔다.
안보실과 비서실이 대통령실 내에서 종합적으로 “국가 위기관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는 문구가 지침 개정을 통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안보실과 비서실이 통합적 체계를 구축해 재난 분야 위기관리를 수행했는데,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를 비서실 내 국정상황실 업무로 제한한 것이다. 또한 비서실 역할은 ‘대통령의 재난 위기관리 국정 수행 보좌’로 축소했고, 안보 분야를 전담하게 된 안보실은 재난 초기 상황을 비서실에 전파하는 정도로 축소했다.
대통령실은 당시 문건에 “재난 분야는 각 기관과 협업 관계를 유지하며 재난 전문성을 보유한 비서실에서 주도적으로 관리한다”고 적었다. 범정부 차원의 재난 관리를 총괄·조정하는 역할은 행정안전부에 부여했다. 대통령실에서 재난 관리를 주관하는 비서실 역할이 대통령 의사 결정 보좌로 한정된 상황에서 행안부에 범정부 컨트롤타워 기능을 넘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지침 개정 방침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6월부터 검토되기 시작했다. 그해 10월29일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이틀 뒤 작성한 ‘지침 개정 추진 현황’ 문건에도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정한다는 방침을 명시했고, 내용을 구체화한 중간보고 문서를 그해 11월 김성한 당시 안보실장이 결재했다. 이듬해 3월 법제처 심사와 윤 대통령 결재를 거쳐 최종 개정됐다.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사회 재난 유형으로 ‘다중 밀집 인파 사고’가 지침에 신설됐다.
이태원 참사 발생 당시 대통령실이 지침상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를 두고 야당의 비판이 제기되던 상황에서 대통령실은 컨트롤타워 기능 약화를 추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해 11월8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대기 당시 비서실장은 “국정상황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닌 대통령의 참모 조직”이라며 “컨트롤타워는 (행안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봐야 한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윤건영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지침 개정을 통해 재난 안전 관련 대통령의 책임과 역할을 사실상 포기했다”며 “이태원 참사를 거치며 위기관리 컨트롤타워의 중요성을 온 국민이 처절하게 느끼던 그 순간에도 책임을 면하기 위한 지침을 만들고 있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고 참담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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