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대응 위해 지자체서 무료 비치
2020년 서울 노원서 시작 전국 확대
자치구마다 하루 최대 5000병 비치
한국 생수 페트병 소비량 연 59억개
환경 단체 “막대한 소비 조장” 비판

여름철 폭염 대응 명목으로 지자체가 길거리에서 생수를 무상 제공하는 정책에 대해 환경단체가 “세금 낭비이자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 조장”이라고 비판했다.
서울 자치구 일부와 인천, 부산, 울산, 나주 등 전국 지자체들은 무더위 대응 정책의 일환으로 길거리에 냉장고와 자판기를 설치하고 무료 생수를 비치하는 사업을 시행 중이다. ‘생수터’ ‘옹달샘’ ‘샘물창고’ 등의 이름으로 운영되는 이 정책은 2020년 서울 노원구에서 처음 시작돼 전국으로 퍼졌다.
환경단체인 여성환경연대는 지난달 서울 강북구·노원구·도봉구·중구·중랑구 등 5개 자치구의 생수 냉장고 운영 현장을 모니터링한 결과, 모든 장소에서 평균 1분에 한 명꼴로 이용자가 있을 만큼 이용률이 높았다고 8일 밝혔다. ‘1인 1병’ 안내를 지키지 않고 한 사람이 여러 병을 가져가는 사례가 많았고, 인근 공원이나 벤치에 페트병을 그대로 버리는 경우도 자주 목격됐다.
여성환경연대는 “생수 냉장고 사업이 운영되는 공원과 산책로에는 이미 공공 음수대가 설치돼 있었다”며 “생수 구매 비용, 냉장고 대여비, 상주 인력 인건비 등으로 수천만 원이 투입되는 생수 냉장고 사업은 세금 낭비”라고 지적했다. 도봉구의 ‘봉달샘’, 중구의 ‘오!빙고’ 등은 생수 냉장고·자판기가 음수대 바로 옆에 설치돼 있었다.
단체는 “지자체들이 막대한 생수병 소비의 주범”이라고 비판했다. 노원구는 올여름 ‘힐링냉장고’ 18곳을 통해 총 216만 병의 생수를 무료로 공급할 계획이다. 중랑구도 하루 1만2000병씩 총 42만 병을 보급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자치구마다 하루 최소 1300병에서 최대 5000병 이상의 생수를 비치하고 있다.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생수 페트병 소비량은 평균 109개다. 국내 전체 소비량은 약 56억 개에 달했다. 이를 일렬로 놓으면 지구를 14바퀴나 돌 수 있는 양이다. 국내 생수 시장 규모는 매년 성장해 지난해 처음으로 3조 원을 돌파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전 세계적으로 생수 소비량이 증가하면서, 1분마다 100만 개의 플라스틱 음료가 판매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여성환경연대는 “페트병 생수 소비를 줄이기 위해 공공 음수대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탈(脫)플라스틱’을 선언한 정부 기조에 맞게 각 지자체가 생수 냉장고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3일 자신의 SNS에 “무심코 사용하는 비닐봉투와 일회용품의 편리함 뒤에는 자연이 감당해야 할 500년의 세월이 있다”며 “국민의 건강과 안전,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올해 안에 탈플라스틱 로드맵을 마련하고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