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코스피 지수가 4200을 돌파했다. 코스피 지수는 상장종목 전체의 시가총액을 기준연도와 비교한 수치다. 2007년 7월 2000을 돌파한 이후 2021년 1월 3000을 돌파하는 데 14년이 걸렸다. 그러나 지난 10월28일 사상 최초로 4000을 돌파하는 데 걸린 시간은 4년10개월에 불과했다. 앞으로 등락이 교차하겠지만 그동안 상상도 못했던 수준인 코스피 지수 5000도 눈앞에 어른거린다.
그러나 이렇게 화려한 상승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장 참여자들의 체감지수는 높다고 보기 힘들다. 4200을 돌파하는 순간에도 상승 종목 수는 250여개인 데 비해 하락 종목은 650여개나 됐다. 코스피가 순간순간 기복이 있더라도 꾸준히 상승하려면 무엇보다 기업의 실적이 받쳐주고, 그 실적이 주주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 모두와 공유되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부동산에 과도하게 집중된 자산 축적의 욕구도 분산될 것이다. 이렇게 지수가 급등한 시점에야말로 기업 실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비재무적 요소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철저히 보완해나갈 필요가 있다.
지난 몇달간의 꾸준한 코스피 상승을 촉발한 것은 지배구조(G) 요인, 즉 상법 개정이 큰 역할을 했다.
이사의 충실 의무를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까지 확대함으로써 일반 주주들의 이익도 고려하도록 강제했고, 또한 감사위원 선출 시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합산해 3%로 제한하는 ‘3% 룰’이 강화됐다. 이는 대주주의 영향력을 줄이고 소수 주주의 목소리를 반영해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높였다.
ESG, 기업 실적에 중요한 영향
또한 대규모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전자주주총회를 도입해 주주총회의 참여 편의성을 높이고 주주권 행사를 활성화할 수 있게 됐다. 이외에도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를 통해 기업 투명성을 크게 높일 수 있게 됐다. 요약하면 이러한 개혁을 통해 대주주의 사익 추구에 제한이 가능함에 따라 회사 실적이 주주환원을 통해 일반 주주에게 돌아갈 기회가 더 넓어진 것이다.
한편 최근 코스피의 급격한 상승은 지배구조 개혁과 더불어 한·미 관세협상, 미·중관계의 불확실성 해소와 인공지능(AI)발 반도체 강세가 주도했다. 그러나 하락 종목이 상승 종목의 거의 3배나 되는 데에서 드러나듯 코스피 상승이 기업 실적 향상과 내수 회복, 양극화 해소 등의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적 가치 창출(S)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점은 안전 및 보건 환경 구축이다.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신체적, 정신적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는 시스템과 직장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또한 다양성, 공정성, 포용성이 강화되어야 한다. 사내 성별 임금 격차 해소는 물론 인재 채용 및 성과관리에 공정성을 기하고 모든 직원이 존중받는 기업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선 대부분의 기업이 장애인 의무 고용률(3.1%)조차 지키지 않는 등 사회적 기대와는 거리가 먼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구성원 모두가 자각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인 이중구조 해소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국가데이터처 자료를 보면 2022년 1분기 5분위(소득 상위 20%)와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의 흑자액 격차가 443만원이었고, 5분위 가구의 흑자액은 5년 동안 5.4% 증가한 반면 1분위 가구는 적자가 41.6% 늘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다차원 불평등 기여도가 2011년에는 소득이 38.9%였으나 2023년에는 자산이 35.8%로 가장 높았다. 누적된 소득 불평등이 자산 불평등으로 고착화하고 있다. 이러한 계층 이동의 둔화와 자산의 불평등 기여도가 높은 것은 심각한 이중구조의 심화다. 이러한 구조적 악화에는 정부의 책임이 막중하지만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노력 역시 필요하다.
환경(E) 측면에서는 국가가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할 일이 많다.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설정도 중요하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제도를 갖추는 일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인 재생에너지 비율을 확대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수요 확충’이 중대한 안건임에도, 정부는 이를 위한 제도 개선보다는 일방적인 ‘발전설비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국가 지원·시민사회 견제도 필요
또한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이 다소간 불가피함에도 정부는 애써 이를 부정하고 있다.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 균등화발전단가(LCOE)는 떨어지는 게 맞다. 2023년 기준 전기요금은 발전 및 판매원가 69%, 계통보강비용 11%, 세금 및 부담금 20%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제11차 전력산업기본계획을 전제할 때 2038년 전기요금은 2023년보다 kWh(킬로와트시)당 70.8원 추가 인상이 필요하고, 원가구성비는 발전 및 판매 47%, 계통보강비용 29%, 세금 및 부담금 24%로 예상된다(전우영 교수). 즉 계통보강비용과 관련 부담금 증가는 불가피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같이 수출 비중이 높은 산업환경에서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자유롭게 조달할 수 있도록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전력시장 구조하에서는 정부가 전기 유통의 모든 과정을 획일적으로 통제하고 있어 기업의 RE100 충족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른바 AI와 로봇이 이끄는 제조업 2.0시대를 열어젖히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확산을 저해하는 획일적인 전력시장의 규제 개혁이 절실한 이유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필리프 아기옹 교수는 저서 <창조적 파괴의 힘>에서 “창조적 파괴와 혁신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 체제가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시장, 국가, 그리고 시민사회라는 삼각구도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 5000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국가와 기업이 함께하고 언론을 포함한 시민사회의 지속적인 감시와 견제가 작동하는 ESG 경영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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