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반찬 아닌 요리로 즐길 수 있도록 개발해야”…미쉐린 2스타 ‘권숙수’ 권우중 셰프의 제안

2025-10-29

해외 스타들이 샐러드처럼 만들어 먹고, 타코나 파스타 등의 주재료로도 활용하는 한국의 김치는 채소 발효 음식의 상징이자, 세계화된 대표적인 한식이다. 하지만 세계 김치 수출 1위가 중국이라는 아이러니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저가 김치 시장에서는 경쟁력을 잃은 우리 김치, 어떻게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까.

29일 서울 성북구 삼청각 일화당에서 ‘2025 한식 컨퍼런스’가 개최됐다. ‘전통과 창의가 만나 한식의 미래를 열다’를 주제로 한 이번 행사에서 ‘한국 채소 발효의 가치와 미래’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미쉐린 2스타를 받은 ‘권숙수’의 권우중 셰프는 ‘김치의 미래’에 대해 몇 가지 제안을 던졌다.

그는 유튜브나 SNS를 통해 국경을 넘어 각종 김치 레시피를 공유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은 만큼 해외에서도 김치를 담가 먹으려는 이들을 위한 밀키트 제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치를 담그는데 필요한 갖은양념 및 재료를 일일이 사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늘어난 1인 가구의 소비 패턴에 맞는 시판 김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컵라면용 ‘응급’ 김치가 아닌, 전문화된 품질을 갖춘 소용량의 김치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공짜 반찬이라는 인식을 딛고 제값을 받는 김치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서는 김치의 프리미엄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식에 관심 많은 외국인을 위한 원데이클래스 형식의 교육 프로그램은 늘어났지만, 전문적으로 김치를 가르칠 수 있는 교육기관이 없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꼽았다. 6개월에서 1년 정도 영어로 김치를 배울 수 있는 전문 기관이 필요하다는 점에 많은 관람객이 공감을 표했다.

이날 권 셰프가 강조한 것은 ‘김치의 요리화’다. 그는 “우리는 김치를 밥에 곁들이는데, 외국인은 김치를 요리로 먹는 경우가 많다”며 “그 자체만으로 먹을 수 있는 김치류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김치의 염도나 맛의 강도를 생각하면 쉽게 수긍하기 힘들 수 있지만, 아주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권숙수를 대표하는 김치로 양지 육수에 절인 백김치로 양지, 전복, 낙지, 새우를 말아낸 ‘겹김치’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김치만으로 완성도 높은 음식을 낼 수 있다는 확실한 예시이기 때문이다.

앞서 28일 진행된 ‘2025 한식 컨퍼런스 워크숍’에서 권 셰프는 해외 F&B 전문가를 대상으로 김치의 무궁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경기도 가평에서 매년 7종의 장을 담그고, 30가지 김치를 직접 만드는 권숙수에서는 고객들에게 김치의 확장성을 그대로 담아낸 ‘김치카트’를 선보이고 있다. 우엉김치, 전어김치, 홍시김치 등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계절 김치부터, 전라도와 제주 등 특산물을 활용한 지역 김치, 고문헌에서 착안한 전통의 김치가 김치카트를 채운다. 바나나백김치, 늙은호박김치, 제피 파김치 등 창의력을 돋보이는 자체개발 김치도 보는 재미와 먹는 묘미를 더한다.

이날 현장에는 엘 불리로 세계 미식 혁명을 일으켰던 페란 아드리아 셰프, 포르투갈 미식의 선두주자 호세 아빌레즈 셰프 등 해외 유명 셰프를 비롯해 뉴욕에서 가장 핫한 한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아토믹스의 박정현 셰프 등 28명의 전문가가 자리했다. 권 셰프가 제피 파김치를 만드는 과정을 지켜본 셰프들은 양념을 찍어 먹어보거나, 갓 버무린 파김치를 맛보는 등 김치 체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김치의 발효나 보관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였던 전문가들은 “한국에는 김치를 위한 전용 냉장고가 있다”는 권 셰프의 설명에 놀라며 권숙수의 주방에 들어가 ‘김치냉장고’를 살펴보기도 했다. 이후 전문가들은 자리돔 무김치, 보쌈김치, 갈치김치, 더덕소박이, 고들빼기김치, 제피 파김치, 겹김치, 꿩김치로 꾸며진 권숙수의 김치카트를 직접 체험했다.

권 셰프는 “20년 전에는 어떻게 하면 한식을 양식처럼 보일까를 생각했다면 지금 시대는 한식을 한식답게 하는 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며 “김치나 장류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어 우리의 맛은 존중하되, 현대적으로 풀어내 접근하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러 가지 김치를 한 데 모아 선보이며 호기심과 맛을 충족시키는 권숙수의 ‘김치카트’는 참고할만한 사례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개최한 ‘2025 한식 컨퍼런스’에는 국내와 셰프, 연구자, 관계자 등 400여 명이 자리해 한식의 지속가능한 발전 방향을 함께 모색했다. 조희숙 셰프(한국의집), 박채린 박사(세계김치연구소), 박정현 셰프(아토믹스) 등이 참여한 토론에서는 한국의 채소 발효 전통이 지닌 의미와 세계화에 관한 밀도 있는 제안이 오갔다. 페란 아드리아 셰프는 두 번째 세션의 연사로 나서 교육과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호세 아빌레즈 셰프는 새로운 세대가 주인공이 될 미식의 혁신에 관한 선구안을 공유했다. 미쉐린 3스타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 베룬 토를라니 셰프, 수팍손 아이스 종시리 셰프 등 각국의 스타 셰프는 한식의 미래 인재 육성에 관한 방향을 제시했다. 토니 마사네스 알리시아 파운데이션 소장, 최정윤 파운데이션 난로 의장, 박정은 나은호스피탈리티 대표 등은 한식이 과학과 인문학, 산업이 융합된 글로벌 미식으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한식 컨퍼런스’를 지휘한 이규민 한식진흥원 이사장은 “이번 한식 컨퍼런스는 한식의 전통과 창의성이 세계 미식 담론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 자리였다”며 “한식의 가치와 철학을 세계에 알리고,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과 연구 기반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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