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인터넷신문]광주 고려인마을이 광복 80주년을 맞아 고려인문화관에서 진행 중인 ‘고려인 한글문학 기획전’이 관람객들의 깊은 공감을 얻고 있다.이번 전시는 고려인 문학이 품은 디아스포라의 상처와 예술적 자긍심을 조명하는 자리로, 특히 잊혀진 고려인 선조 문인들과 극작가들의 삶을 재조명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23일 고려인마을에 따르면, 이들 중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배우이자 극작가, 극장 전문가였던 태장춘(1911~1960)이다. 북한에서 태어난 그는 1930년대 초 고려극장 1세대 배우로 활동하며 고려인 연극 예술의 기초를 닦은 대표적 창작 지식인이었다.
1931년 노동청년극장에서 연극 ‘배고픈 초원’에 주연으로 출연하며 무대에 데뷔한 태장춘은, 1934년 고려극장 입단 후 다방면의 재능을 발휘했다. 그의 첫 희곡 ‘메쟈’를 시작으로 ‘노예들’(1939), ‘생명의 물’(1940) 등 다수의 창작극을 발표하며, 조국의 아픔과 희망을 무대 위에 그려냈다.
특히 1941년 발표한 대표작 ‘홍범도’는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과 생생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으로, 초연 당시 연극을 관람한 장군 본인이 “너무 추켜세우지 말라”고 한 말은 오늘날까지 회자되는 감동적인 일화다. 이 작품은 후에 모스크바 무대에도 오르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외에도 태장춘은 ‘행복한 사람들’(1939), ‘흥부와 놀부’(1946), ‘자유 땅(1948), ’38선에서 남쪽‘ 등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을 연이어 발표하며, 고려극장의 주축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일부 작품은 국제 페스티벌을 통해 폴란드, 체코슬로바키아 등에서도 공연되며 고려인 예술의 위상을 높였다.
배우로서도 탁월했던 그는 소련 작가 V. 트레네프의 희곡 ‘류보피 야로바야’에서 주인공 코시킨 역을 맡아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문예부장과 극장장으로도 활동하며 후진 양성과 극장 운영에 헌신했고, 1944년에는 소련작가연합 회원, 1947년에는 ‘카자흐스탄 명예 예술가’ 칭호를 받았다.
고려인마을 관계자는 “태장춘은 단순한 예술인이 아니라, 시대의 고통을 예술로 풀어낸 한민족의 위대한 배우이자 극작가였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고려인 문학의 위대한 유산이 국내외에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고려방송: 안엘레나 (고려인마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