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없애고 현금 주겠다는 트럼프…왜 공화당은 오바마케어를 혐오할까

2025-11-11

“가장 위험한 법안” “도망 노예법만큼이나 개인의 자유를 파괴하는 법안” “여성·어린이·노인을 죽이는 법안.”

모두 미국 공화당이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을 두고 한 말이다. 오바마케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09년 미 의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이래 공화당이 가장 혐오하는 법률 중 하나였다. 공화당은 이 법을 폐지 또는 수정하기 위해 60차례 넘는 표결을 강행했고, 연방대법원에 이 법에 대한 위헌 소송을 네 차례 제기했다.

오바마케어는 2013년 2주간 지속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의 원인이었으며, 사상 최장 기록을 세운 이번 셧다운의 핵심 쟁점이기도 했다. 공화당은 왜 오바마케어를 반대하는 것일까.

오바마케어는 보험사가 기저질환이나 성별 등을 이유로 보험 가입을 거부하거나 보험료를 인상하지 못하도록 규제한다. 아울러 이러한 규정을 준수하는 보험 상품을 소비자가 원스톱 쇼핑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직접 보험 가입 사이트를 운영한다. 저소득층에게는 소득 수준에 따라 보험 가입을 위한 보조금을 지급한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공화당은 연방 정부가 의료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오바마케어의 메커니즘 자체를 혐오한다. 그러면서 오바마케어가 의료비를 상승시키고 보험사의 배만 불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부분적으로만 사실이다. 보험사들은 오바마케어 도입 전 가입을 거부했던 기저질환자를 받아들이면서 그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일반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를 일부 인상했다. 중산층 이상 가입자의 보험료가 상승하는 대신 저소득층의 보험 접근이 가능해진 일종의 재분배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그러나 공화당은 이 역시 공정하지 못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오바마케어는 미국의 무보험자 비율을 14~16%에서 7.7%까지 끌어내리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오바마케어의 최대 수혜 집단 중 하나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인 저소득층 백인이다. 보건정책 연구단체인 카이저패밀리재단에 따르면 오바마케어 가입자의 57%는 공화당 하원의원 지역구에 거주한다. 오바마케어에 대한 미국인의 호감도는 2014년 33%에서 2024년 66%까지 상승했다.

오바마케어 보조금 예산이 빠진 공화당 임시예산안이 10일(현지시간) 상원에서 통과된 데 이어 하원에서도 가결돼 보조금이 연말에 종료될 경우 가입자 2400만명 중 상당수는 당장 내년부터 보험료가 2~3배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른 역풍을 우려한 탓인지 트럼프 대통령도 오바마케어를 중단하는 대신 그에 소요되는 예산을 가입자의 계좌에 현금으로 직접 넣어주겠다는 새로운 제안을 내놓았다. 공화당은 2주 안에 이에 대한 구체적인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현금만 주면 된다”는 아이디어는 의료 시장 현실과 거리가 멀다. 건강보험의 핵심 개념은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입자 집단 전체에 위험을 분산하는 것이다. 보험 가입 규모를 키우면 건강한 가입자의 보험료로 고령자나 질환이 있는 가입자의 의료비 부담을 상쇄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또 오바마케어가 무력화돼 기저질환자에 대한 보험사의 차별 관행이 되살아나면 미국인 수천만명의 보험 가입이 거절되거나 보험료가 천정부지로 올라 무보험자 비율이 다시 증가할 우려가 커진다. 비영리 단체 ‘메디케어 권리센터’는 “무보험자가 늘어나면 병을 키우다가 병원에 오기 때문에 전체적인 의료 비용이 상승하게 된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센터의 딘 베이커 선임경제학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누구에게, 어떤 현금을 주고 싶어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그가 보조금 예산 350억달러(약 51조원)을 2200만명의 오바마케어 가입자에게 나눠주면 1인당 연간 1600달러(약 230만원)를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지만 무보험자나 오바마케어 비가입자도 ‘트럼프 수표’를 받을 자격을 요구한다면 5200만명이 1인당 700달러(약 100만원)도 안 되는 현금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현금을 나눠주는 것만으로는 미국의 값비싼 의료비용을 감당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