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미국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이 혹서 문제로 인해 심각한 기후 리스크를 드러내고 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26일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을 공동 개최하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중 미국 본토의 여름 개최 조건에 대한 강력한 경고 신호로 해석된다”며 “FIFA가 선수 안전보다 유럽 시청 시간대를 우선시하며, 경기 일정과 개최 장소를 구성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미국이 여름에 덥다는 사실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이는 선수·관중·심판 모두에게 실질적 위험을 가하는 조건”이라며 “혹서 문제는 1994 미국월드컵, 2023 코파 아메리카, 그리고 현재의 클럽월드컵까지 반복되고 있으며, 기후 위기로 인해 향후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번 클럽월드컵에서 일부 경기는 섭씨 35도를 넘는 날씨 속에 낮 12시 또는 오후 3시에 열리고 있다. 이 시간대는 북미 현지 관중에게는 체감상 ‘찜통더위’ 속 경기지만, 유럽에서는 프라임타임 저녁 시청 시간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FIFA는 유럽 팬과 방송사의 시청 편의성을 우선시하며 무더위 속 경기 강행을 고수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무더위에 대한 클럽들의 적응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첼시 선수단은 필라델피아에서 경기 전 훈련하다가 ‘도저히 불가능한 더위’로 인해 일정을 조기 종료했다. 필라델피아는 북미 동부 중 상대적으로 위도가 높은 도시지만, 런던보다 적도에 10도 가까이 더 가깝다. 가디언은 “필라델피아조차 이 정도인데, 샬럿·올랜도·애틀랜타 등 남부 도시에서는 한낮 체감기온이 섭씨 40도에 육박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애틀랜타는 다행히 돔구장이 있어 온도 부담이 적지만, 샬럿 같은 개방형 경기장은 열기와 습기가 그대로 노출된다. 6월 중순까지 진행된 경기 기준, 전체 평균 온도는 섭씨 27도, 평균 열지수는 섭씨 31도, 평균 이슬점은 20도로 기록됐다.
이번 대회에서 남미, 특히 브라질 클럽들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보타포구는 파리 생제르맹(PSG)을 꺾었고, 벤피카는 샬럿의 찜통 더위 속에서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선제골을 기록했다. 남미 팀들이 더운 환경에 익숙하고, ‘에너지 보존형’ 점유율 축구를 구사한다는 전통적 인식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유럽 클럽들은 전통적으로 빠르고 활동량이 많은 전환형 플레이스타일을 선호한다. 고온·고습 환경에서는 체력 부담이 크다. 실제로 첼시는 플라멩구에 패배했고, 훈련 중단 사례까지 발생했다.
FIFA가 일정 재구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요구는 커지고 있다. 샬럿처럼 한낮 3시에 경기를 배정할 것이 아니라, 서부의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밴쿠버처럼 평균 기온이 낮은 도시로 배치하거나, 동일 도시 내에서도 야간 시간대로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경기를 밤 9시에 개최하는 안은 유럽 중계 시간에는 맞지 않지만, 선수 보호와 경기 질 향상을 위해 충분히 고려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FIFA가 만일 선수에게 계속 혹서 적응을 강요한다면, 무책임하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가디언은 “FIFA는 2026 북중미 월드컵 개최지를 선정하면서 ‘관중 수용력’, ‘교통 편의성’, ‘기후 대응 인프라’를 강조해왔지만 단순한 시설 수준만으로 혹서 문제를 무마할 수는 없다”며 “경기 시간, 일정 편성, 선수 보호 기준을 포함한 전반적 대회 운영 시스템 재정비가 없다면 2026년 월드컵은 더위와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