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 연 ‘트웰브’ VS ‘폭군의 셰프’, ‘제로섬 게임’ 아닌 ‘시너지 효과’였다

2025-08-24

처음에는 서로의 몫을 빼앗는 ‘제로섬(Zero-Sum) 게임’인줄 알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또 다른 가능성이 보였다. 8월 말에서 초가을을 잇는 안방극장의 ‘드라마 대전’이 예상치 못한 그림을 만들어냈다.

지난 23일 KBS2와 tvN에서는 나란히 새로운 드라마가 시작됐다. KBS2는 새 주말극으로 마동석, 박형식, 서인국, 이주빈 등이 주연을 맡은 ‘트웰브’를 방송했고, tvN에서는 ‘바람의 화원’ ‘별에서 온 그대’ 등을 연출한 장태유 감독, 임윤아 주연의 ‘폭군의 셰프’가 베일을 벗었다.

두 작품은 이미 영화에서 천만 작품을 쏟아내며 유력 제작자 겸 배우로 떠오른 마동석의 드라마 도전 그리고 12지신을 모티프로 한 글로벌 프로젝트(트웰브), 히트 메이커 연출자와 한류에 앞서 있는 주인공(폭군의 셰프)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게다가 원래 tvN이 터를 잡고 있던 주말 오후 9시대에 KBS가 새로운 편성시간대를 만들어 들어섰고, 이로 인해 tvN이 시간대를 오후 9시20분에서 10분 당기는 등 미묘한 신경전의 조짐도 감지됐다. 두 작품은 같은 시간 다른 채널에서 나란히 경쟁하고, 하나의 성공이 하나의 실패로 이어지는 ‘제로섬 게임’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첫 방송 이후의 결과는 이채롭다. ‘트웰브’는 23일 첫 방송의 시청률이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 코리아 집계에서 전국 가구 기준 8.1%로 시작됐다. 최근 주요 드라마 첫 방송 시청률이 다 5%대 미만이고 두 자릿수만 되도 큰 성공으로 여겨지는 분위기에서는 굉장히 높은 수치다.

그렇다면 ‘폭군의 셰프’의 부침이 예상됐지만 그렇지도 않다. 닐슨 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으로 드라마 첫 회는 4.8%의 수치를 기록했다. 수치가 나쁘지 않았다. 심지어 올해 tvN 주말극이 기록한 첫 회 시청률 최고 기록이기도 했다.

‘제로섬 게임’이 아닌 시너지 효과가 나온 셈이다.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다. 두 작품의 타깃층이 거의 겹치지 않는다는 점이 첫 번째다. ‘트웰브’는 그동안 ‘범죄도시’ ‘황소’ ‘거룩한 밤:데몬 헌터스’ 등의 영화에서 남성성을 강조하며 액션을 극대화한 마동석의 작품이다. 마동석은 이 작품에서 제작 및 기회에 참여했고, 심지어 대본작업도 하며 주연도 맡았다.

이야기 역시 동양의 12지신을 소재로 인간의 모습을 한 12천사가 악의 무리에 맞서는 이야기다. 서사보다는 액션, 설정, 화려한 볼거리가 우선이다. 남성 시청자나 비교적 나이가 어린 시청자에게 끌릴 가능성이 높다.

‘폭군의 셰프’는 최고 기량의 셰프가 갑자기 500년을 거슬러 가 조선시대에 불시착해 왕의 수라간 대령숙수가 되는 이야기다. 요리의 스펙터클을 배경으로 왕과의 긴장과 연민 결국 사랑으로 옮겨가는 여정을 다뤘다. 조금 더 여성 시청자 지향형이다. 두 작품의 다른 타깃은 일단 서로 지분을 뺏을 일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두 작품 모두 TV 플랫폼에 한정하지 않는 유통의 통로를 가졌다는 점도 있다. ‘트웰브’는 KBS2 작품임에도 웨이브가 아닌 디즈니플러스에 독점 공개된다. ‘폭군의 셰프’는 tvN의 작품인 만큼 티빙이 우선이다. TV 플랫폼에서 시청률을 뺏기보다 안 본 작품은 OTT에서 본다는 시청행태의 변화 역시 두 작품의 시너지를 가능하게 해줬다. 결국 두 작품의 경쟁이 주말극 시장을 오히려 넓힌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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