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적 안무로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아 온 현대무용가 안은미의 신작 '동방미래특급'이 다음 달 2~4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초연된다. 세종문화회관과 안은미컴퍼니가 공동 제작한 작품으로 아시아 각국 문화를 독창적으로 재해석한 안무를 담았다.
"아시아 나라들의 역사를 넘나들며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만들다 보니 자꾸 숫자가 늘어나게 되더군요."

안은미는 3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저의 춤 인생에서 가장 많은 의상과 소품을 제작한 작품"이라고 '동방미래특급'을 설명했다. 아시아 각국의 전통 무늬를 담은 800개의 쟁반이 무대 3면을 가득 채우고 무용수들은 130벌의 의상을 선보인다. 안은미가 예술감독 겸 무대·의상 디자인을 맡았다.
형형색색의 쟁반에 담긴 섬유 패턴과 질감은 각 지역의 예술가로부터 안은미가 직접 공수했다. "아시아를 여행하면서 만난 아티스트들에게 전통적인 원단을 보내달라고 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안은미는 이 공연을 위해 필리핀 마닐라, 인도네시아 발리, 일본 오키나와에서 현지 조사를 진행하고, 세 지역에서 포착한 움직임과 정서를 안무로 엮어냈다. 그는 특히 "각 문화의 과거와 현재가 충돌하는 순간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고 했다.

"아시아 문화는 (관광객이) 먼발치에서 매혹돼 바라보는 문화가 아니라 현재 그 땅에서 사는 사람들의 문화입니다. 식민주의에 투쟁해 나갔던 아시아 각국의 에너지를 우리의 언어(춤)로 만들어 내려 합니다."
안은미와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이날치밴드의 장영규가 음악을 만들었다. 두 사람은 1992년 '아리랄 알라리요'를 시작으로 30년 넘게 협업했다.
장영규는 "안은미와 그동안 수월하게 작업을 해왔는데 이번 공연은 너무 어렵다"며 "아시아 전통에 대해 공부하며 작업을 진행했다. 아마 공연 전날까지 음악을 계속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동방미래특급'은 세종문화회관 초연 이후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유럽투어에 나선다. 독일 베를리너 페스트슈필레와 프랑스 파리 시립극장, 프랑스 오를레앙 시립극장 등에서 유럽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안은미는 "이번 공연을 토대로 작품을 잘 다듬어서 전 세계인에게 질문을 던지고 소통하려 한다"며 "작품을 통해 우리 모두의 미래를 새롭게 두드려보는 에너지를 얻어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