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장 하마평이 나오고 있는 김은경 한국외대 교수가 12일 이재명 정부의 금융감독 체계 개편과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폐지하고, 산업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전 금감원장) 등 퇴임 이후에도 고액 연봉을 택한 금융관료들을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금융의 지속가능한 미래와 금융개혁 과제’ 토론회에서 “금융정책과 감독정책은 금융위에, 감독집행은 금감원에 부여한 이원화된 현행 체계는 그 어느 곳에서도 사례를 찾을 수 없는 기형적 구조”라며 “금융위를 폐지하고 금융감독은 금감원과 (신설되는) 금융소비자보호원신설이 수행하는 것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금감원과 금소원을 보좌·지도하는 최고의사결정기구로 금융감독위원회를 두고, 금감위원장과 금감원장을 한 명이 겸임하는 방식도 제안했다. 다만 통제를 위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게 하고, 예산 역시 국회가 최종 승인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토론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정은보 이사장과 손병두 토스 금융경영연구소 대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등을 거론하며 민간 금융기업들과 관계를 유지하다 퇴직 후 고액 연봉을 택하는 관료들의 문제를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정 이사장을 향해 “어떻게 금감원장이 다시 거래소를 가나. 아무리 돈을 벌고 싶어도 그것은 격에도 안 맞고 해서는 안 되는 짓”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는 감독당국이 산업정책을 함께 다루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도 지적했다.
그는 또 “(금감원에) 로비를 잘하는 회사도 있었다”라며 “이상하게 필요없는 시간에 전화가 오고, 어떻게 알았는지 로비를 잘하는 업체가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사모펀드 문제는 로펌과 연결이 돼 있었다”라며 “당국이 돈을 주고 용역을 시키는데, 마치 교수가 답하는 것처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그런 인사들 중에 한 명이 대법관으로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금감원에서 일하는 동안 정부가 바뀔 때마다 힘들었고, 원장이 바뀌면 또 다 바뀌는 문제가 있었다”라며 “시스템화하고 체계화해서 돌아가야지 왜 사람이 오면 다 바꾸고 시장도 같이 출렁거려야 하나.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이날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 경제1분과의 분과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향후 기획위에서 금융감독 체계 개편 문제를 전담해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금융위를 아예 없애고 민간 기구로 만드는 게 가장 좋은 모델이지만, 현실성이 문제”라며 “내가 오늘 토론회서 내놓은 제안은 타협안에 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