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더운 여름, 워터파크나 해수욕장을 찾은 뒤 두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다수는 피곤해서 생긴 통증이라고 넘기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절대 가볍게 봐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실제로는 외상·감염·탈수·혈관 반응 등 복합적인 의학적 원인이 숨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리젠에스신경외과의원 조성윤 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은 “여름철 물놀이는 뇌혈관, 부비동, 목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심한 두통은 뇌출혈·수막염·뇌진탕 등 중증 질환의 전조 증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름철 물놀이 후 두통, 원인은?
여름철 물놀이 후 발생하는 두통은 다음과 같은 원인으로 나뉜다. 첫 번째 원인은 급격한 수온 변화다. 매우 차가운 물에 갑자기 들어가면 뇌혈관이 급격히 수축·확장해 ‘브레인 프리즈’와 유사한 통증이 생긴다. 심하면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벼락 두통’을 유발한다.
두 번째는 머리 외상이다. 다이빙·미끄럼틀 이용 중 머리를 부딪치는 사고가 잦으며, 뇌진탕·외상성 뇌출혈·목뼈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두통과 함께 현기증·구토·시야 장애가 동반되면 반드시 병원 검사를 받아야 한다.
세 번째는 부비동염 등 감염성 요인이다. 수영 중 코로 물이 들어가면 부비동 내 압력이 변하면서 통증이 생길 수 있다. 누런 콧물·코막힘·얼굴 통증이 있으면 부비동염 가능성이 높으며 염소 등 자극물에 의해서도 염증이 생긴다. 심한 경우 열이 동반되면서 뇌수막염으로까지 진행될 수 있다.
네 번째는 경부 근육 긴장이다. 수영이나 수상레저를 즐기다 잘못된 자세로 목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목 뒷부분과 어깨가 긴장돼 긴장성 두통이 발생한다. 탈수·일사 노출·물안경 압박·전신 피로 등 여러 요인이 겹쳐 두통을 악화시킨다.

두통 예방 수칙은 '수온 적응·수분 보충·근육 이완'
전문가들은 물놀이 전후 예방 수칙을 지키는 것이 여름철 두통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온 적응이다. 입수 전 손발에 물을 묻혀 체온을 서서히 낮춰야 한다. 특히 체온에 민감한 어린이나 고령자의 경우 입수 전 단계적 적응이 필요하다.
수분 보충도 중요하다. 물놀이 중에는 땀이 나도 물속에 있어 탈수를 알아차리기 어렵기 때문에 15~20분마다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 이온 음료, 수박, 오이 등 염분이 포함된 음식도 도움이 된다. 반면, 맥주·탄산음료·카페인은 이뇨 작용을 유발해 탈수를 악화시키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목·어깨 스트레칭으로 긴장을 완화하는 것을 권장한다. 물에 들어가기 전 가볍게 목을 돌리거나 어깨를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하면 긴장성 두통을 예방할 수 있다. 물놀이가 끝난 후에도 바로 휴식하지 말고 간단한 정리운동을 통해 경직된 근육을 풀어줘야 한다.
안전장비도 중요하다. 다이빙이나 수상스키 등 활동을 할 경우에는 반드시 헬멧이나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수영장에서는 미끄럼 방지화와 물안경, 수모, 코마개 등을 활용해야 한다. 물안경은 눈 보호뿐 아니라 부비동으로의 물 유입을 막아주고, 귀마개는 외이도염과 중이염 예방에 효과적이다.
위생 관리도 빼놓을 수 없다. 수영장 물은 절대 마시지 말아야 하며, 물놀이 후에는 깨끗한 물로 코와 귀를 세척하고 충분히 건조해야 한다. 특히 수영장, 워터파크, 계곡 등 다중 이용 장소에서 물놀이 후 감기와 다른 양상의 고열과 두통이 나타날 경우, 뇌수막염 등의 감염성 질환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응급 신호가 있다면, 지체하지 말아야
갑작스럽게 극심한 두통이 나타나거나 머리 외상 이후 구토·졸림·혼란이 동반되면 뇌출혈 가능성이 있다. 팔·다리 마비, 언어 장애, 시야 흐림, 의식 저하가 나타나면 뇌졸중·뇌손상 위험이 높으며, 목이 뻣뻣해지고 고열이 나면 뇌수막염을 의심해야 한다. 의식 저하, 반복적인 구토, 경련 등은 뇌압 상승이나 대사이상을 의미할 수 있으며, 모두 응급실 평가가 필요한 상태다.
조 원장은 "대부분의 여름철 물놀이 관련 두통은 빠르게 병원을 찾으면 조기에 치료 가능하다"며 "두통도 골든타임이 존재하는 만큼, 증상이 의심될 경우에는 기다리지 말고 바로 전문가의 진료를 받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