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빗사위’는 ‘고비 중 가장 큰 고비’ 영어로 ‘클라이맥스(Climax)’를 뜻하는 순우리말입니다.

2025년이 보통 다사다난하다는 여느 해에 비해 다소 슬프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특히 대중들에게 많은 인상을 남겼던 연예계의 ‘큰 별’들이 유명을 달리한 한 해였기 때문이다. 물론 탄핵정국의 시련도, 집중호우나 산불의 피해도 시름을 안겼지만, 스타의 사망은 특히나 광범위하게 대중에게 영향을 미친다.
올해는 특히 연예계에서 기꺼이 ‘거성(巨星)’ 즉 큰 별로 불릴 만한 인사들이 팬들의 곁을 떠났다. 그것도 가요계, 영화계, 방송계 등 각 분야에서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준 선배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가수 송대관이 지난 2월7일 세상을 떠났고, 대한민국에서 ‘개그맨’이라는 말의 시초를 알렸던 전유성은 9월25일 별세했다.

날씨가 추워지자 가슴이 먹먹한 부고는 늘어났다. ‘국민 배우’의 호칭이 아깝지 않던 배우 이순재가 지난달 25일 세상을 떠났고, 지난 7일에는 ‘한국의 엘리자베스 테일러’라 불리던 배우 김지미가 팬들의 곁을 떠났다. 연극계 최초의 ‘빅스타’로 꼽히며 대중과의 접점을 줄였던 윤석화 역시 지난 19일 별세했다.
오늘(31일) 현재도 배우 안성기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2019년 혈액암 판정을 받고 치료를 했으며, 완치 판정을 알렸다 재발한 사실을 알려 모두를 걱정하게 했던 안성기는 이날 오전 음식을 먹다가 갑자기 쓰러져 심정지 상태가 됐다. 그리고 자택 인근 병원에 이송돼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안성기는 연기 70년을 바라보는 ‘불후의 경력’을 갖고 있는 데다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고래사냥’ ‘투캅스’ ‘실미도’ 등 여러 영화를 통해 인상을 남겼다. 세밑은 안성기의 쾌유를 빌고, 부디 올 연말과 내년 초가 안성기라는 이름을 추억으로 남기는 시간이 되지 않도록 기도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팬들의 곁을 떠난 많은 스타들의 공통점은 1980년대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점이다. 1975년 ‘해뜰날’을 히트시켰던 故 송대관은 갑작스러운 미국행 이후 ‘혼자랍니다’라는 노래로 재기한 시기가 1989년이었다. 故 전유성이 방송작가로 경력을 시작한 후 연기자로서 이름을 알렸던 작품도 1983년 KBS ‘유머 일번지’였다.

故 이순재가 연극을 통해 기반을 다지고 TV 활동을 시작해 마침내 ‘제2공화국’과 ‘사랑이 뭐길래’로 대중스타가 된 과정도 1980년대를 통해 이뤄졌고, 故 김지미가 ‘비구니’ ‘길소뜸’ 등 한국 영화사에서 지워지지 않는 작품들에 출연한 시기도 1980년대였다. 故 윤석화가 연극 ‘신의 아그네스’를 통해 신드롬급의 인기를 얻었던 시기도 1980년대다.
안성기의 경력에서도 ‘고래사냥’ ‘깊고 푸른 밤’ ‘기쁜 우리 젊은 날’ ‘개그맨’ 등의 작품이 쏟아져나온 시기도 1980년대였다. 올해 팬들의 곁을 떠난 스타들의 대부분은 1980년대의 자양분을 먹고 그 이후 후배들의 길잡이가 돼주던 이들이었다.

비록 정치적으로는 혼란하고 여전히 삶은 어려웠지만, 1980년대는 한국대중문화의 다양성과 에너지가 분출하던 시기였다. 컬러TV의 대중화로 콘텐츠는 이제 방방곡곡 가정마다 찾아갈 수 있었고, 이러한 환경은 다양한 장르의 스타들 탄생을 알렸다. 이들의 존재는 국민들을 때론 울리고, 웃기며 이후 1990년대 한류와 지금의 ‘K-콘텐츠’ 시대 기반을 닦았다.
다른 어떤 분야보다 대중문화는 ‘스타’에 기대는 측면이 크다. 스타의 이미지가 결국 콘텐츠가 되고 영화나 드라마의 방향성을 잡기 때문이다. 역시 좋은 노래도 스타인 가수들에게서 불려야 더욱 널리 퍼진다. 올해 우리의 곁을 떠났던 큰 별들의 모습은 이러한 스타성에도 불구하고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자의식을 갖고 사회에 목소리를 냈으며 후배들의 길을 넓혔던 이들로 점철돼 있다.
2025년이 간다. 이들의 모습도 언젠가는 가끔 꺼내보게 될 추억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화는 어느 날 갑자기 생겨서 흘러가지 않는다. 지금 서서히 안녕을 고하고 있는 ‘1980년대의 유산’들. 이 토대가 있었기에 지금의 ‘K-콘텐츠’가 있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안녕 2025년. 안녕 198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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